국토부 이상한 사고 조사, 축소·은폐 의혹 불러
제주공항에 착륙 중 앞바퀴 타이어가 파손된 대한항공기 사고의 원인과 조사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통상적으로 항공기 타이어 파손은 착륙할 때 가장 큰 충격을 받는 뒷바퀴에서 대부분 발생하는 데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는 앞바퀴에서 발생했다. 앞바퀴는 항공기의 중심을 잡고 방향을 돌리는 용도로 사용한다.
사고 조사도 이상하다. 항공기 타이어는 비행을 시작하고 끝내는 순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서 안전운항의 성패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는 신속하게 ‘사고’나 ‘준사고’가 아닌 ‘항공안전장애’라고 판단했다.
항공기 사고가 발생하면 국토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잔해들을 수거해 정밀 감식하고 사고 원인을 규명한다. 그런데 파손된 앞바퀴는 사고 업체인 대한항공이 보관하고 있다.
국토부는 사고 직후 관련 보고를 받았음에도 관련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축소,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 뒷바퀴 아닌 앞바퀴 파손 ‘극히 드문 사례’
지난 29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일본 나리타발 대한항공 KE718편(B737-900)의 앞바퀴가 파손돼 활주로에 멈춰 섰다. 앞바퀴 타이어가 파손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다.
이 항공기가 정상적으로 착륙했다면 뒤쪽 2개의 메인 랜딩 기어(main landing gear)에 달린 4개의 뒷바퀴 타이어가 먼저 활주로에 닿고 나서 노즈 랜딩 기어(nose landing gear)에 달린 앞바퀴 타이어가 활주로에 닿았을 것이다. 이 경우 착륙할 때 발생하는 대부분의 충격이 랜딩기어에서 흡수되고 노즈 기어에는 큰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외에서 발생한 항공기 타이어 파손 사고의 대부분 뒷바퀴에서 발생했다.
정상적인 착륙 과정에서 앞바퀴 타이어가 파손됐다면 우선 다섯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타이어 자체 결함이다. 대한항공과 국토부는 문제의 타이어를 교체한 지 한 달가량 돼 사용 가능 기한을 넘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타이어 사용 가능 기한을 넘기지 않았고 만약 다른 부분에 문제가 없다면 타이어 제작 과정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항공기 타이어는 이·착륙 때 발생하는 큰 충격(Impulsive Load)과 빠른 속도(High Speed), 고하중(Heavy Load), 고열(Heat Generation) 등 열악한 조건에서 정상적인 성능을 발휘하도록 특수하게 설계, 제작됐다. 웬만한 펑크에는 외형이 주저앉는 것을 견딜 수 있는 ‘런 플랫’(Run Flat)‘ 구조다.
이·착륙 때 타이어 내부 압력이 최고 900 psi(프사이·평방 인치당 파운드)까지 올라가고, 내부에 200도가 넘는 고온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고열로 인한 화재 등을 방지하기 위해 타이어 내부에는 일반 공기가 아닌 질소를 넣는다.
두 번째는 새 타이어인지, 재생 타이어인지를 조사해야 한다. 항공기 타이어는 규정상 몇 차례 재생해 사용할 수 있다. 애초 새 타이어를 제작할 때 결함이 없더라도 재생 과정에서 결함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 타이어에는 타이어의 폭과 높이, 휠의 폭, 최대 허용 속도, 재생 횟수 등을 표기한다. 항공사들은 보통 3∼4회 정도 재생한 타이어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사 중이긴 하지만 이번에 파손된 앞바퀴 타이어는 새로 산 것으로 알고 있다. 각 타이어는 교체한 지 16일, 17일 됐고 70∼80회 사용했다”며 재생 타이어 사용에 따른 사고 발생 가능성을 일축했다.
세 번째는 앞바퀴 타이어가 활주로상 이물질과 부딪혀 파손됐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사고 직후 활주로에서 파손된 타이어의 파면을 수거했지만, 이물질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 번째는 착륙 과정에서 앞바퀴에 비정상적으로 큰 충격이 가해졌을 가능성이다. 메인 랜딩 기어로 착륙했지만 뜻하지 않게 노즈 랜딩 기어에 무리가 가는 경우다. 조종사의 실수나 강풍에 의해 이 같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이야기다.
마지막은 조종 실수로 뒷바퀴보다 앞바퀴가 먼저 활주로에 닿으면서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을 경우다. 그러나 대부분 탑승객은 큰 충격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해 가능성이 희박한 추론이다.
제주에서는 2008년 당시 한성항공의 프랑스산 터보프롭 항공기(ATR-72)가 앞바퀴 파손으로 되면서 떨어져 나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 국토부 ’이상한 사고 조사‘…의혹 불러
국토부는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3시간 만에 ’항공안전장애‘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사고는 항공기의 중대한 손상·파손 또는 구조상의 결함, 준사고는 사고로 발전할 수 있었던 사건을 각각 의미하며 항공안전장애는 이보다 수위가 낮은 경우를 뜻한다. 국토부가 이번 사안을 그만큼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항공법 시행규칙의 ’항공기의 손상·파손 또는 구조상의 결함‘에는 바퀴와 관련한 두 가지 규정만 있다.
’바퀴다리(landing gear leg)가 완전히 펴지지 않았거나 바퀴(wheel)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착륙해 항공기의 표피가 손상된 경우‘를 ’항공기의 손상·파손 또는 구조상의 결함‘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타이어와 바퀴의 손상은 항공기의 중대한 손상·파손 및 구조상의 결함으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국토부는 법 규정을 따라 ’항공안전장애‘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도 안전운항 감독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하고 대한항공으로부터 운항 및 점검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하는 선에서 그쳤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거론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파손된 타이어의 상태를 본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최첨단 공학을 동원해 제작한 타이어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타이어 일부만 휠에 붙어 있어 사실상 얼마 동안은 휠만 있는 상태로 운행된 것이나 다름없다.
항공업계에서 항공기 타이어는 비행을 시작하고 끝내는 순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서 안전운항의 성패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기능을 담당한다고 본다. 그런 핵심 부품이 아예 기능할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이는 기어장치 파손으로 이어지며 기체가 주저앉는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제로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큰 피해는 없었지만 파손된 타이어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누가 보더라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한데 국토부의 대응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대응에 대한 또 한 가지 의문은 문제의 타이어를 대한항공이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저한 조사를 위해 국토부가 문제의 타이어를 보관, 관리하고 있을 것이란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
제주지방항공청 관계자는 “국토부에 보관해 조사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대한항공 쪽에 갖다 놓았다”고 답했다.
국토부는 또 사고 직후 보고를 받았음에도 너덜너덜하게 완전히 파손된 바퀴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국토부가 이번 사고를 축소·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째임에도 대한항공 측은 물론 국토부도 기본적인 의문점들에 대해 시원스럽게 밝히지 않고 있어 갖가지 의문과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29일 오전 11시 57분 제주공항에서는 착륙 중이던 대한항공 KE718편(737-900)의 앞바퀴 타이어가 활주로에서 완전히 파손됐다.
다행히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거나 전도되지 않아 승객 148명(한국인 63명·일본인 75명·중국인 등 10명)과 승무원 9명 등 탑승자 157명 중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항공기의 타이어를 교체하고 사고 항공기를 활주로에서 계류장으로 옮기는 1시간 17분간 주 활주로가 폐쇄됐다.
활주로 폐쇄 당시 1편이 결항했고 17편이 회항했다가 활주로가 다시 개방되고 나서 제주공항으로 돌아오는 등 출·도착 34편이 결항하거나 회항·지연됐다. 이후에도 출발편 2편이 연결편 관계로 결항했다. 제주공항 운항이 마감된 오후 11시까지 연결편 관계로만 출·도착 130여편이 지연됐다.
이 때문에 사고 당일 제주공항 출·도착 항공편을 이용하려던 2만5천명이 큰 불편을 겪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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