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서 밀려난 장남, ‘아버지는 중증 치매’ 허위 메일
기업을 차지하려고 창업주인 아버지가 주민등록번호도 기억 못 하는 치매 환자라는 허위내용의 사내 메일을 보낸 50대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5단독 최윤정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H(58) 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H 씨는 중견기업 창립자인 H 회장의 장남으로, 2013년 9월∼2014년 7월 10개월 동안 아버지 회사의 사장으로 있다 해임됐다.
그러자 H 씨는 두 달 뒤인 9월 22일 회사 경영진을 비난하는 메일을 직원 180명에게 보냈다.
메일에는 ‘A 감사와 B 사장이 자신을 포함한 전임 임원의 비위행위를 추측과 소문으로 만들었고, 아버지가 치매 판정을 받은 사실을 가족에게 함구하도록 했으며, 가족들이 아버지와 만나지 못하도록 아버지에게 겁을 주어 거주지를 옮기고 사설경호원을 고용하게 했다는 등의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H 씨는 나흘 뒤인 9월 26일에는 ‘회장님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마치 부친이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직원들에게 다시 메일을 보냈다.
같은 해 10월 6일에는 자신이 아버지를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청구한 성년후견개시심판사건과 관련, B 사장이 제출한 서면 내용에 항의하기 위해 회사로 B 사장을 찾아가 소란을 피워 임원회의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H 씨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피소됐지만 재판부에 ‘메일의 내용이 진실이고 회사의 원활한 운영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메일의 내용이 허위이고 비방의 목적이 인정된다며 H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허위의 사실을 게시함으로써 비방하려던 목적이 인정된다”며 “H 회장의 기억이 비교적 명료하고 구체적 진술을 하고 있음에도 회사 운영자로서 판단 능력 장애가 있는 것처럼 메일을 보낸 것은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자 회사 내부 직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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