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 출근·비데 사용금지’, 에어컨+선풍기‘ 냉방 효과
낮 최고기온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가마솥더위’가 지면을 달구자 9일 전국이 거대한 한증막으로 변했다.생활 곳곳으로 파고든 열기를 식히려고 선풍기,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틀거나 물속으로 뛰어들어 보기도 하지만 이도 잠시, 전기요금이 무서워 전원을 이내 끄기 마련이다.
덩달아 연일 전국이 폭염특보로 달아오른 8일 오후 3시 최고전력수요(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순간 전력수요의 평균)는 8천370만㎾까지 단숨에 올라섰다.
무지막지한 폭염은 지난 1월 21일에 기록한 역대 최고전력수요(8천297만㎾)도 갈아치웠다.
절정으로 치닫는 전력위기 극복을 위해 각 지자체와 관공서, 학교 등은 냉방기 가동을 자제하고 반바지까지 권장하며 더위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 ‘냉방기·컴퓨터’ 끄고…비데도 사용 자제
기록적인 무더위에 전력 수요가 늘자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자체적으로 에너지 절약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제주도청은 에너지 절감을 위한 직원들의 자율실천사항 7가지와 의무실천사항 7가지를 선정해 참여를 유도했다.
직원 일거수일투족을 촘촘하고 정교하게 제한한 14개 사항에는 도청의 에너지 절약 의지가 담겼다.
자율실천사항에는 비데 사용 자제, 불필요한 전등 소등, 엘리베이터 이용 자제를 골자로 하는 ‘그린 라이프 운동’ 등이 포함됐다.
식사시간과 휴일 컴퓨터 전원 자동차단 확대, 사무실 적정 냉방 온도 28도 유지, 최종 퇴청자가 전등과 냉난방 기기 끄기 등은 의무사항이다.
공무원들은 쉴세없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일하느라 죽을 맛이다.
도는 태양광 설비를 마치고 조명을 LED로 바꾸는 등 설비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경기도 고양시 공무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종종 일어서 사무실 한쪽에 비치된 온도계 수은주를 수시로 확인한다.
공공부분 에너지 절감을 위한 자구책으로 실내온도를 28도 이상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조명 소등과 점심시간 컴퓨터 끄기, 엘리베이터 이용 자제 등은 이미 숱하게 들어 이골이 났다.
점심시간, 퇴근 시간이 되면 엘리베이터가 아닌 비상출입구 문에서 직원들이 쏟아지는 풍경은 더는 낯설지 않다.
◇ ‘우리도 절감 또 절감’…뭣이 중한지 아는 민간기업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강원랜드는 온실가스 감축·에너지 절약 추진 위원회를 구성했다.
강원랜드는 국제행사나 관광진흥 등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곤 경관조명 설치를 제한했다.
엘리베이터는 영업장과 장애인 사용 시를 제외하고 4층 이하 운영금지, 5층 이상 격층으로 운영한다.
업무용 승용차 구입 시 경차·환경친화적 자동차 구입율을 50% 이상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혹서기 전력수요 급증에 대비, 이달부터 에너지 절감을 위한 생활 속 ‘3Go 운동’을 펼친다.
3Go 운동은 ‘뽑Go, 끄Go, 줄이Go’의 줄임말이다.
근무시간 냉방시설 사용을 자제하고, 안 쓰는 전등은 스위치를 내리고, 전원 플러그를 뽑아 대기전력을 완전히 차단한 뒤에 퇴근하자는 취지다.
울산의 현대미포조선은 전력사용량을 주시하다가 여차하면 두꺼비 집을 내릴 각오도 하고 있다.
매일 오후 2시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시간대에 시설보전부가 전력소비 모니터 상황을 보고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지난해 대비 전력소비량을 넘거나 올해 목표치보다 소비가 늘어난다고 판단되면 전기 사용이 많은 부서에 강제 단전을 추진한다.
◇ ‘짧고 시원하게’…관공서도 교직원도 ‘쿨’(Cool)
제주도청과 제주시 등은 직원들에게 착용자는 물론 보는 시선도 덥지 않은 ‘쿨맵시(품이 넉넉하고 통풍이 잘되는 옷차림)’를 권하고 있다.
관공서·기업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반바지 출근’ 풍경을 대학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대전 한남대학교는 15일까지 교직원 반바지 차림을 허용하는 ‘쿨비즈 캠페인’을 한다.
대학은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고, 구성원의 업무능률 향상을 위해 지난 1일부터 캠페인에 들어갔다.
학교 관계자는 “무더운 날씨에 정장·넥타이는 업무효율을 떨어트리고 의욕을 앗아간다”며 “반바지와 편안한 셔츠 착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노출이 심한 옷차림이나 등산복 등은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 “어렵지 않아요”…효과 만점 에너지 절약 ‘꿀팁’
한국에너지관리공단은 여름철 에너지·전기세 절약을 위한 비결을 귀띔했다.
에어컨을 약풍으로 틀고 선풍기를 동시에 틀면 에어컨을 강풍으로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전기세는 덩달아 내려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수 있다.
냉방면적보다 에어컨 용량이 적을 경우에도 선풍기를 기용하면 차가운 공기의 순환을 촉진해 넓은 면적을 빠르게 식힐 수 있다.
이때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 방향은 같아야 한다.
에어컨 필터를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것으로 약 5% 절전 효과도 볼 수 있다.
1일 8시간 사용 시 1주일에 1회, 3~4시간 사용 시 2주일에 1회 정도 필터를 청소하는 것이 에어컨의 효율을 높여준다.
에어컨을 틀 때 열이 발생하는 가전기기나 불필요한 조명기구를 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든 창문을 닫고 커튼이나 블라인드 등으로 직사광선을 차단하면 15% 이상 냉방 효과를 향상할 수도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적은 에너지로 최대 효과를 내는 방법을 알아두면 실생활과 가계에 도움이 된다”며 “가벼운 전기세로 무더운 여름을 이겨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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