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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세월호가 온다’…세월호 옮겨질 목포신항을 가다

‘이곳에 세월호가 온다’…세월호 옮겨질 목포신항을 가다

입력 2016-09-07 10:06
업데이트 2016-09-0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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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일상 달라질 것”…“누군가 슬픔 껴안아야 한다면 우리가”

“SPMT라고 하는 초중량물 내륙운송장비 300여대가 이곳으로 모일 겁니다. 전국에 있는 모든 가용장비를 불러들인다고 보면 됩니다.”

항만운영회사 관계자는 세월호 선체 육상 거치 장소로 결정되고 나서 넉달가량 비워진 전남 목포신항 철재부두 야적장 끄트머리를 가리키며 담담한 목소리를 이어갔다.

광활한 야적장 일부에 불과한 3만㎡ 부지를 정사각형으로 둘러싼 콘크리트 방호벽 안에서는 언젠가 해상크레인으로 건져낸 세월호 선체를 육상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사고해역에서 리프팅 빔 설치가 지연돼 기약했던 날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지만, 세월호 선체를 받아 안을 채비를 마친 철재부두의 모습은 차분하기만 하다.

2004년 5월 30일 준공한 목포신항 철재부두는 조선소로 보낼 철판과 선박모듈을 수용하려는 목적으로 설계돼 바로 옆 수출차 전용부두 등 여느 부두와 기초를 만드는 재료와 공법이 달랐다.

항만운영사 관계자는 세월호 선체는 철재 구조물로서 기존에 부두를 거쳐간 대규모 프로젝트 화물들과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무게가 얼마나 나갈지 모르는 세월호 선체지만, 목포신항조차 수용하지 못한다면 국내 다른 부두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걱정거리는 있다.

세월호가 ‘보통 화물’이 아닌 만큼 부두에 머무는 기간에 집중될 사회적 관심과 예측 불가능한 경제적 영향은 부담스러운 요소다.

항만운영사 관계자는 “우리가 맡은 임무는 거대 프로젝트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부두가 자리한 지역사회는 단순히 ‘공간’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부두에서 자동차로 약 10분 떨어진 목포 도심에서 만난 시민들도 착잡한 심경은 마찬가지였다.

언론을 통해 접하는 관련 소식이 뜸해지면서 아직 실감이 나지 않을 뿐 세월호 선체가 목포로 온다면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가 올 것이라고 시민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 목포시가 세월호 선체를 올려놓고 잔치를 벌일 수 없다며 올해 항구축제를 취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파장은 지역사회 안에서 조금씩 일고 있었다.

진도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A(58)씨는 “고향 마을과 지금 사는 도시가 ‘세월호’라는 사건과 연결돼 비슷한 부침을 겪는다는 것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일으킨다”며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으나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했을 때도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변화가 찾아오기 전까지는 예상 못했다”고 말했다.

북항동 주민 B(54·여)씨는 “목포가 초상집이 돼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도 일부 있기는 하다”면서 “어쩌면 한을 삭이고 슬픔을 이겨내는 게 우리의 운명인지 모르겠다. 누군가 해야 한다면 목포가 세월호의 마지막을 껴안고 아픔을 치유하자”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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