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에 송이 좀 캐서 차례 비용이나 마련할까 했는데 글렀습니다. 가격은 둘째치고 버섯 구경이나 하면 원이 없겠습니다.”
충북 단양군 대강면 사동리 이종춘(59) 이장의 하소연이다.
새벽 4시부터 적어도 7∼8시간 이상 험한 산을 타며 구석구석 샅샅이 뒤지지만, 송이버섯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함께 가뭄이 이어지면서 추석 선물로 귀한 대접을 받는 송이는 4년째 씨가 말랐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 등으로 갈수록 형편이 어려워지는 농촌 현실에서 송이는 가을철 목돈을 쥘 수 있는 짭짤한 소득원이었다. 9∼10월 두 달 가량만 채취가 가능하지만, 수입이 마땅찮은 시기라 농민들에게는 가뭄에 단비가 따로 없었다.
한창 많이 날 때는 한나절 산에 올라갔다 오면 70만∼80만 원어치를 품에 안고 내려오기도 했다.
여름철 혹심한 가뭄으로 수분이 부족한 탓에 포자가 발아조차 안 되면서 송이는 고사하고 잡버섯조차 구경할 수 없다.
송이 흉년은 올해로 4년째다. 채취농들은 한 가득 송이를 채취해 산을 내려온 기억조차 까마득하다. 4년의 기다림에 지친 농민들 일부는 아예 송이 채취를 접었다.
이종춘 이장은 “올여름 비가 너무 안 왔다. 추석을 끼고 버섯이 나와야 소득에 도움이 된다. 이제 버섯이 올라오더라도 값은 제대로 못 받겠지만 나오기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월 15∼20일이면 송이 철이 끝나지만, 아직 나올 기미조차 안 보인다.
송이를 채취하려면 산주(山主) 허락을 받아야 한다.
국유림이나 공유림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고 생산량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현행법이 임산물 채취자에게 무상양여를 해 주되 양여 비율을 9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이가 아예 안 나와 시세조차 형성되지 않자 경북 봉화·울진, 강원 삼척 등지의 시세를 기준으로 납부금을 산정하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사찰림을 비롯한 사유림은 채취자를 공개입찰로 선정하고 양여 비율도 국유림이나 공유림보다 훨씬 더 낮은 게 보통이다.
송이가 몇 년째 자취를 감추면서 올해는 채취 농가도 크게 줄었다.
단양 지역 국유림의 경우 송이 채취를 신청한 마을은 지난해 17개에서 올해 13개로 감소했다. 채취 신청량도 500㎏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농민들은 송이를 캘 수 있다는 기약도 없지만, 생산량의 10% 가격에 해당하는 1천여만 원을 선납했다. 송이가 전혀 안 나와도 사후 정산은 없다. 선납금을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다.
이종춘 이장은 “송이 채취는 복불복이어서 많이 나올 때도 있는가 하면 올해처럼 하나도 안 나올 때도 있다”며 “선납금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이 채취와 상관없이 산에 대한 농민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소유권은 국가나 지자체에 있지만, 산은 자신들이 발붙이고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산불이 나면 산림청이나 119보다도 먼저 두 팔 걷어붙이고 달려가는 이들도 농민이다.
송이 채취를 위해 맺는 협약의 이름도 ‘산림보호 협약’이다.
협약 내용에는 산불 예방 및 진화, 도벌·불법 산지 전용 예방, 산림 병해충 예찰 및 구제, 산림보호 활동, 임도 등 시설 관리도 포함된다.
제천 시유림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해 올해 송이 채취를 신청한 마을은 6개밖에 안 된다. 2개 마을이 채취를 포기한 것이다.
제천시는 송이가 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납부금을 사후에 내도록 하고 있다.
월악산 마을인 제천시 덕산면 월악리 정의수(55) 이장은 “버섯이 나올 때는 소득을 올려서 좋고, 안 나와도 산림보호 활동을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며 “올해도 안 나오면 내년에는 나지 않겠냐”며 웃었다.
정 이장은 “하늘과 자연이 하는 일을 어떻게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단양국유림관리소 관계자는 “산림보호 협약은 농가 소득 창출을 지원하고 산림보호에도 보탬이 되기 위한 것”이라며 “이제라도 비가 충분히 내려서 농민들의 노고가 헛되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충북 단양군 대강면 사동리 이종춘(59) 이장의 하소연이다.
새벽 4시부터 적어도 7∼8시간 이상 험한 산을 타며 구석구석 샅샅이 뒤지지만, 송이버섯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함께 가뭄이 이어지면서 추석 선물로 귀한 대접을 받는 송이는 4년째 씨가 말랐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 등으로 갈수록 형편이 어려워지는 농촌 현실에서 송이는 가을철 목돈을 쥘 수 있는 짭짤한 소득원이었다. 9∼10월 두 달 가량만 채취가 가능하지만, 수입이 마땅찮은 시기라 농민들에게는 가뭄에 단비가 따로 없었다.
한창 많이 날 때는 한나절 산에 올라갔다 오면 70만∼80만 원어치를 품에 안고 내려오기도 했다.
여름철 혹심한 가뭄으로 수분이 부족한 탓에 포자가 발아조차 안 되면서 송이는 고사하고 잡버섯조차 구경할 수 없다.
송이 흉년은 올해로 4년째다. 채취농들은 한 가득 송이를 채취해 산을 내려온 기억조차 까마득하다. 4년의 기다림에 지친 농민들 일부는 아예 송이 채취를 접었다.
이종춘 이장은 “올여름 비가 너무 안 왔다. 추석을 끼고 버섯이 나와야 소득에 도움이 된다. 이제 버섯이 올라오더라도 값은 제대로 못 받겠지만 나오기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월 15∼20일이면 송이 철이 끝나지만, 아직 나올 기미조차 안 보인다.
송이를 채취하려면 산주(山主) 허락을 받아야 한다.
국유림이나 공유림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고 생산량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현행법이 임산물 채취자에게 무상양여를 해 주되 양여 비율을 9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이가 아예 안 나와 시세조차 형성되지 않자 경북 봉화·울진, 강원 삼척 등지의 시세를 기준으로 납부금을 산정하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사찰림을 비롯한 사유림은 채취자를 공개입찰로 선정하고 양여 비율도 국유림이나 공유림보다 훨씬 더 낮은 게 보통이다.
송이가 몇 년째 자취를 감추면서 올해는 채취 농가도 크게 줄었다.
단양 지역 국유림의 경우 송이 채취를 신청한 마을은 지난해 17개에서 올해 13개로 감소했다. 채취 신청량도 500㎏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농민들은 송이를 캘 수 있다는 기약도 없지만, 생산량의 10% 가격에 해당하는 1천여만 원을 선납했다. 송이가 전혀 안 나와도 사후 정산은 없다. 선납금을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다.
이종춘 이장은 “송이 채취는 복불복이어서 많이 나올 때도 있는가 하면 올해처럼 하나도 안 나올 때도 있다”며 “선납금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이 채취와 상관없이 산에 대한 농민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소유권은 국가나 지자체에 있지만, 산은 자신들이 발붙이고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산불이 나면 산림청이나 119보다도 먼저 두 팔 걷어붙이고 달려가는 이들도 농민이다.
송이 채취를 위해 맺는 협약의 이름도 ‘산림보호 협약’이다.
협약 내용에는 산불 예방 및 진화, 도벌·불법 산지 전용 예방, 산림 병해충 예찰 및 구제, 산림보호 활동, 임도 등 시설 관리도 포함된다.
제천 시유림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해 올해 송이 채취를 신청한 마을은 6개밖에 안 된다. 2개 마을이 채취를 포기한 것이다.
제천시는 송이가 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납부금을 사후에 내도록 하고 있다.
월악산 마을인 제천시 덕산면 월악리 정의수(55) 이장은 “버섯이 나올 때는 소득을 올려서 좋고, 안 나와도 산림보호 활동을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며 “올해도 안 나오면 내년에는 나지 않겠냐”며 웃었다.
정 이장은 “하늘과 자연이 하는 일을 어떻게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단양국유림관리소 관계자는 “산림보호 협약은 농가 소득 창출을 지원하고 산림보호에도 보탬이 되기 위한 것”이라며 “이제라도 비가 충분히 내려서 농민들의 노고가 헛되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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