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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황금알’은 옛말…시장포화·출혈경쟁에 휴·폐업 속출

주유소 ‘황금알’은 옛말…시장포화·출혈경쟁에 휴·폐업 속출

입력 2016-09-21 08:00
업데이트 2016-09-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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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3년 새 33곳 문 닫아…“기름 살 돈조차 없다” 휴업도 37곳

경영난에 극단적 선택하는 업주도…“마진율 크게 줄어 속빈 강정”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주유소 업계가 오랜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시장 포화상태에서 갈수록 출혈 경쟁이 심화하자 휴·폐업이 줄을 잇는다. 심지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업주까지 있을 정도다.

지난 19일 밤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부부가 자녀 2명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부부는 수십억원의 채무에 시달리는 처지를 비관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부는 10여 년 전부터 2개의 주유소를 운영해 왔다.

인수 초기만 해도 수입이 괜찮았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벌이가 줄더니 몇 년 전부터는 경영난을 겪게 됐다.

이를 복구하려고 이런저런 사업에 손을 댔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리고 지난 5월께 지인의 말만 믿고 금융권과 친척 등에게 손을 벌려 빚까지 내가며 투자한 수십억원을 모두 날린 게 이들 가족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정적인 화근이 됐다는 후문이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주유소 2개를 운영한다고 하면 세간에서 중소기업 수준에 육박하는 수입을 얻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5∼6년 사이 주유소업계의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주유소가 부지기수다.

21일 한국주유소협회 충북지회에 따르면 9월 현재 도내에서 영업 중인 주유소 수는 771개에 이른다.

1995년 주유소 거리 제한이 풀리면서 신규 업체가 급격히 증가,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다.

손님을 끌기 위한 업체 간 가격 인하 경쟁은 주유소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

특히 2011년 한국석유공사와 농협 등이 국내 4대 정유사로부터 공동입찰을 통해 저렴하게 유류를 사들여 소비자에게 저가에 공급한다는 취지로 ‘알뜰주유소’를 설립하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주유소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은 도내 주유소는 2014년 12곳, 지난해 11곳, 올해 현재 10곳 등 최근 3년 새 33곳에 달한다.

그나마 폐업을 선택한 업주는 최악의 상태는 아니라는 게 주유소협회 측의 설명이다.

폐업하려면 시설 철거와 주유 탱크 정화비용 등으로 1억원이 넘는 돈이 든다. 이런 폐업자금마저 없다면 방법은 휴업뿐이다.

대부분 기름을 사들일 자금조차 없는 경우 휴업 신고를 하게 되는데 한시적이나마 위기를 벗어나려는 업주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날 현재 도내에는 37개 주유소가 휴업 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주유소 업주는 “주유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다면 손해가 가장 적겠지만 장사가 안 되는 곳을 인수하려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용도변경을 해 다른 사업을 하거나 팔려 해도 폐업 절차를 밟아야 하니 자금이 없으면 무작정 쉬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보다 기름값이 많이 올라 외형적으로는 주유소 매출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10%에 이르던 마진율이 2%대까지 줄어 은행대출을 끼고 무리하게 주유소 문을 열었다가 세금이나 인건비조차 충당 못 해 망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과포화 상태인 주유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앞으로도 가격 경쟁이 불가피해 휴·폐업 주유소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충북지회 관계자는 “정부의 시장 개입 이후 정유업체 직영점이나 재정적 여유가 있어 기름을 대량으로 사들일 수 있는 주유소 말고는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일부에서는 셀프주유소 전환으로 자구책을 찾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기름값이 보합세라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또다시 기름값이 요동치면 문을 닫는 주유소가 줄을 이을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최소한의 하한가를 정해 업체 간 도를 넘는 출혈 경쟁을 막는 등의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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