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학자들 20여년전 ‘양산단층은 활성단층’ 주장

日 학자들 20여년전 ‘양산단층은 활성단층’ 주장

입력 2016-09-23 13:51
업데이트 2016-09-2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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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소는 “활성단층 아니다”…원전 건설논리 뒷받침

지난 12일 5.8 규모 경주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대가 활성단층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0여년 전 일본인 학자들도 같은 주장을 한 사실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국책연구소(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은 대부분 양산단층에 대해 활성단층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으며, 한 연구소는 ‘양산단층은 자연적인 침식계곡’이라고 반박했다.

활성단층이란 지각 활동이 활발해 지진이 발생했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큰 곳을 말한다. 경주∼양산∼부산에 이르는 총연장 170㎞의 양산단층대는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한 고리·월성 지역과 가깝다.

1994년 일본 교토대·나고야대·규슈대·요코하마 시립대 등으로 이뤄진 일본 연구그룹은 양산단층 주변에 대한 지진관측 조사 결과를 토대로 ‘규모 3 이상의 지진이 집중되고 있는 위험지역’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양산단층 일대에 고리·월성 원자력발전소 등이 있어 안전성이 우려된다며 3년여에 걸쳐 지진파 측정을 실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일본 학자들은 양산단층 일대가 활성단층대로 앞으로 30년 이내에 한번은 강도 7∼8의 강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당시 한국원자력연구소(현 한국원자력연구원)는 원전 주변 지역에 대한 지질연구를 실시, 양산 일대에 대해 6천만년 전에 생성된 ‘주향이동단층’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지진 발생을 예고하는 활성단층이라는 근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동안 잠잠하던 활성단층 논란은 국내에서 처음 양산단층의 위험성을 제기한 이기화 서울대 교수에 의해 다시 촉발됐다.

이기화 교수와 일본 교토대 오카다교수 공동 연구팀은 1997년 5월 “양산단층에서 20만∼30만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보이는 단층을 발견했다”고 주장해 세간에 충격을 줬다.

이 교수는 당시 “우리나라는 2천여년전 경주지방에서 지진으로 100여명이 사망한 기록이 남아있고 15∼18세기에 지진이 자주 났다”면서 “양산단층 인근에 고리·월성 원전과 경부고속도로, 울산 중공업단지 등 주요 시설이 있어 지진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양산단층은 지진에 의한 단층이라기보다는 자연적인 침식계곡이 남북으로 발달한 결과로 추정된다”는 논리를 폈다.

이어 “연구팀이 적용한 활성단층의 기준이 국내와 다르고, 중간조사 결과 양산단층의 활동 가능성에 대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달 뒤 경북 경주 남동쪽 6km 지점인 내륙에서 규모 4의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서 이 교수 연구진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양산단층 활성화 논란이 재연되자 정부는 한국자원연구소(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양산단층대가 원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결과에서 문제가 확인되면 원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월성과 고리에는 월성 1∼2호기, 고리 1∼4호기 등 6기가 가동 중이었으며, 월성 3∼4호기 건설이 계획돼 있었다.

한국자원연구소는 1998년 양산·울산단층대에 대한 물리탐사·단층 연대측정 최종 결과 발표에서 “양산단층이 50만년에 한차례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활성단층이 아니라고 밝혔다.

월성 원전에서 12km 떨어진 울산단층 주변 경주시 외동읍 말방리의 경우 활성단층의 증거가 나타났지만, 단층 길이가 최대 200m 이내 소규모여서 원전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봤다.

이처럼 국책연구소들이 잇따라 양산단층에 대해 활성단층 가능성을 부인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결과적으로 정부가 원전 건설을 강행하는 논리를 뒷받침하는 논리로 작용했다.

지난 2012년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의 용역을 받아 양산단층 일대의 활성단층 지도를 담은 용역 보고서를 작성하고 공청회를 열었지만, 정부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연구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정부는 원전 건설 당시 양산단층에 대한 조사에서 활성단층이 아니라고 발표했다가 다시 50만년 이내 두 차례 이상 움직인 ‘활동성 단층’은 아니라서 원전에 영향이 없다고 했고, 일부 활성단층이 발견되자 단층 길이가 짧아 원전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활성단층 규정은 미국의 기준을 따른다고 하지만, 땅덩어리가 넓고 인구 밀도가 적은 미국과 바로 옆 일본 가운데 어느 곳이 우리나라 지질 구조에 가깝겠냐”고 반문했다.

한국과 미국은 ‘3만5천년 내 1차례’ 혹은 ‘50만년 내 2차례’ 지층이동이 발견되는 단층을 활성단층(활동성 단층)으로 규정한다. 반면 일본은 100만년에 한번 움직인 흔적인 있는 단층도 활성단층으로 본다.

더불어민주당 문미옥 의원은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부지에 대한 활성단층 자체조사를 벌였지만,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아 의혹이 커지고 있다”면서 “경주 지진으로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만큼, 건설된 원전의 안전을 전면 재검토하고 내진 설계 기준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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