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권·집값 하락” 방수벽 낮춘 마린시티

“조망권·집값 하락” 방수벽 낮춘 마린시티

문소영 기자
입력 2016-10-05 22:44
수정 2016-10-06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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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때마다 왜 침수 피해 컸나

‘부산의 맨해튼’이자 대표적 관광지인 해운대 마린시티가 태풍 ‘차바’ 탓에 영화 ‘해운대’처럼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린시티는 5일 오전 해일에 맞먹는 10m가 넘는 파도가 방수벽을 넘어 도로를 덮쳤다. 해안도로는 물론 초고층 건물 사이 도로까지 바닷물에 잠겼다. 실시간으로 관련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개되자 시민들은 경악했다.

마린시티는 매립지에 조성된 탓에 먼바다와 바로 맞닿은 돌출된 지형이다. 때문에 태풍이 발생하면 월파와 해일 등에 피해가 불가피했다. 2003년 태풍 ‘매미’ 때는 마린시티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차량 수백대가 침수됐다. 2010년 태풍 ‘뎬무’, 2012년 태풍 ‘볼라벤’과 ‘산바’ 때도 마린시티 일대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은 100억원대의 손해를 입었다. 그래서 부산시는 2012년 태풍에 대비해 방수벽을 설치했다.

문제는 부산시가 2012년 당시에 마린시티의 침수피해를 줄이고자 높은 방수벽을 설치하려고 했으나, 조망권과 집값하락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로 계획대로 설치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부산 해운대구 공무원은 “애초 이곳에다 영화의 거리 조성과 태풍 등에 대비해 방수벽 높이를 1.8m로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인근 아파트 상가 등에서 주변 경관이 가려져 관광객들이 오지 않는다고 민원을 제기해 1.3m로 낮췄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시민은 “태풍 등 자연재해에 안전불감증 아니냐”며 “집값이나 조망권보다 사람이 안전한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산시는 이번 태풍 피해가 재차 확인되자 2020년까지 국비와 시비 등 655억원을 투입해 초대형 해상 방파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부촌에 거액의 세금을 투여한다는 이 계획에 부산 시민의 반감도 없지 않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2016-10-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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