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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학생 ‘표절 숨바꼭질’

대학·학생 ‘표절 숨바꼭질’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입력 2016-10-17 22:34
업데이트 2016-10-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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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어순 손질 등 꼼수 진화

표절 검사 프로그램 인식 못해
인용도 표절 인식… 보완 필요


요즘 들어 대학에서 학생과 학교 측의 ‘숨바꼭질’이 한창이다. 주요 대학들이 논문과 리포트 표절을 막기 위해 표절 검사 데이터베이스(DB)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꼼수’가 진화하면서 양측의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쫓고 쫓기는 양측의 승부는 그러나 대개 학생들의 우세승으로 판가름나는 경우가 많다. 문장 어순이나 동의어만 살짝 고쳐도 표절 검사 프로그램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한숨만 늘고 있다. 대안이 없는 터에 이 프로그램마저 포기할 순 없기 때문이다.

한국외국어대 관계자는 17일 “논문 표절이 사회문제가 된 뒤로 석·박사 논문의 경우 미국의 표절 검색 전문 데이터베이스인 턴잇인(Turnitin)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지금은 권장 사항이지만 내년부터는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미 2014년부터 학부생 및 석·박사 과정 학생들, 교수들의 모든 논문에 대해 턴잇인으로 표절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 2013년 3월 강수경 전 수의학과 교수의 논문 조작과 김용찬 전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표절 문제가 발생하면서 생긴 제도다.

연세대는 학생들이 과제를 ‘와이섹’이라는 교내 학습관리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턴잇인 프로그램을 사용해 중복률을 검색한 뒤 교수에게 전달한다. 한양대도 학위논문을 제출할 때 ‘카피킬러’라는 표절 프로그램의 검사 보고서를 함께 첨부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표절 적발 프로그램의 경우 문장 어순을 바꾸거나 주요 단어를 동의어로 교체하는 등 조금만 ‘손보면’ 쉽게 감시망을 피할 수 있다. 또 과제를 손글씨로 작성해 제출하는 경우에는 프로그램이 무력화된다는 게 교수들의 전언이다. 이 외 프로그램을 적용한 뒤에도 실제 표절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교수들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학생들은 프로그램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다. 한양대 재학생 김모(27)씨는 “표절 프로그램으로 과제를 점검했더니 표절률이 70%나 돼 놀랐다”면서 “그러나 표절로 지목된 항목을 보니 정당한 인용까지 표절로 인식했더라. 관용어구 등은 제외하는 식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프로그램 도입을 망설이는 실정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대학생의 과제는 교수 재량에 따라, 석·박사 과정 논문은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식으로 표절 문제에 대처하고 있지만 손쉽게 표절을 걸러 내는 시스템이 마땅치 않다”며 “표절 검사 프로그램의 효과가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이는 게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6-10-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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