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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식당노역’ 할머니 “갈 곳 없어 돈 달라 못 했다”

‘13년 식당노역’ 할머니 “갈 곳 없어 돈 달라 못 했다”

입력 2016-10-19 11:09
업데이트 2016-10-1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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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휴일 없이 근무…“그러나 식당 주인 원망스럽진 않아”

“갈 곳이 없으니까. 돈 달라는 소리 못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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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노역 할머니 ”갈 곳 없어 돈 달라 못 해”
식당노역 할머니 ”갈 곳 없어 돈 달라 못 해” 전북 김제의 한 식당에서 13년간 무임금으로 일한 전모 할머니가 19일 전북 전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 할머니는 13년간 명절이나 공휴일,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이 식당에서 일했지만, 임금 한 푼 받지 못했다. 연합뉴스
13년간 전북 김제의 한 식당에서 월급 한 푼 받지 않고 일했던 전모(70·지적장애 3급) 할머니는 1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도 식당을 떠날 수 없었던 이유를 담담하게 말했다.

전 할머니는 2003년 원래 살던 마을주민 소개로 처음 식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할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난 이 주민이 “숙식을 해결하는 대신 월급은 30만원을 준다”고 했던 말을 정확히 기억했다.

전 할머니는 “분명히 처음 식당에 갈 때 월급 30만원을 약속받았다”며 “첫 달 일 하고 나서 돈을 주지 않길래 왜 월급을 주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구박을 해서 다음부터는 말도 잘 못 꺼냈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동생과 간병인도 주인 A(65)씨 부부를 찾아가 밀린 월급을 달라고 말했지만, 부부가 이를 거절했던 일도 할머니는 생생히 기억했다.

조그만 식당에서 할머니는 보통 아침 9시부터 저녁 장사가 끝나는 오후 9시까지 청소, 설거지, 풀 뽑기 등 하루 12시간가량 일했다.

A 씨 부부는 명절이나 주말, 공휴일에도 가게 문을 닫지 않았기 때문에 할머니는 13년간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다행히 동료 종업원 할머니와 가끔 일 때문에 다툰 적은 있지만, ‘축사 노예 사건’처럼 주인 내외가 할머니를 괴롭히거나 밥을 안 주는 등 가혹 행위를 한 적은 없었다.

할머니는 “먹는 것이랑은 주인 부부랑 같이 먹고, 잠도 쪽방이긴 하지만 주인 부부와 안채를 나눠 생활했다”며 “특별히 괴롭히거나 때리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전 할머니는 A 씨 부부가 원망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래도 오갈 데 없는 나를 받아 준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월급을 안 주고 내가 모아 놓은 돈을 곗돈에 쓴다며 빌려 간 것은 밉다”고 답했다.

할머니는 지난 3월 위암 수술을 받고 현재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가끔 찾아오는 딸과 남동생을 보는 낙에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전 할머니는 “이제라도 딸을 찾게 돼 정말 다행이다”며 “내가 돌봐주지도 못했는데 잘 커 줘서 고맙고, 가끔 얼굴도 볼 수 있으니 좋다”고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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