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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스포츠 승마, 선수층 얇아 증빙 있으면 얼마든 출석인정”

“귀족스포츠 승마, 선수층 얇아 증빙 있으면 얼마든 출석인정”

입력 2016-10-26 09:42
업데이트 2016-10-2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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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선수 등 체육특기생 고교 출결관리 어떻게 이뤄지나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대학 시절은 물론 고교 때에도 승마대회 출전 등을 이유로 131일이나 결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고교 체육 특기생 출결관리 실태에 관심이 쏠린다.

학교 측의 출석처리 특혜 의혹에 서울시교육청이 재조사에 나선 가운데, 규정상 수업일수 전체를 출석하지 않더라도 대회 출전과 훈련에 따른 결석이 입증되면 졸업이 가능해 조사를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현직 체육교사들 사이에서는 타종목 국가대표급 선수보다 정씨의 결석 일수가 훨씬 많은 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승마협회 측이 대회 출전과 훈련을 위해 보낸 공문의 적절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정씨 131일 빠졌어도 모두 공결처리…‘출석인정 결석’ 제도 덕분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학생이 당해 학년 수업일수의 3분의 2를 출석하지 못하면 수료 또는 졸업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 규정만 보면 고3 때인 2014년 아시안게임에 출전 등을 이유로 수업일수 193일 가운데 131일을 결석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씨는 수료·졸업 자격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출석인정 결석’이라는 규정 덕분에 정씨의 졸업 수료가 가능했다는 것이 당시 학교에 재직했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교장의 허가를 받은 ‘학교를 대표한 경기, 경연대회, 훈련, 산업체 실습과정, 교환학습’ 등의 사유로 결석하는 경우에는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체육특기생이 훈련 참가, 합숙, 대회 출전 등을 증빙할 문서와 함께 학업보완계획을 제출하면 학교장은 보직교사와 평교사들이 참여하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심의한 뒤 공결처리 여부를 결정한다.

대회나 훈련 외에도 지진·폭우·폭설·폭풍·해일 등의 천재지변 또는 법정 감염병 등으로 출석하지 못한 경우, 경조사로 인해 출석하지 못한 경우도 서류를 첨부해 담임교사의 확인을 받으면 학교장의 승인을 거쳐 출석으로 인정된다.

그나마 과거 운동특기생은 별다른 절차도 없이 ‘자유롭게’ 결석을 하던 것이 2009년 이후부터는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엘리트체육 위주의 교육에 대한 반성이 일면서 특기생의 출결관리 관련 규정이 정비됐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학생명부에 등록된 운동특기생을 같은 반 학생도 한 번도 보지 못하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었지만, 요즘에는 국가대표급 운동선수도 비록 적은 날짜지만 출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여전히 수업일수 전체를 빠지더라도 규정에만 맞게 처리되면 수료나 졸업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출석인정 결석을 수업일수의 얼마 정도까지 허용한다는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정씨가 다닌 고교에 교감과 교사로 재직했던 관계자들은 정씨의 공결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하고 있다.

서울교육청도 이미 2014년 당시 정씨의 아버지인 정윤회씨가 대통령의 비선실세라는 구설에 오른 상황에서 정씨도 국가대표 선발전 등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해당 고교에서 정씨의 출결처리 상황 등을 조사했지만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 “체육특기생치고도 결석일 매우 많은 편”…승마 종목 특성상 가능

그러나 정씨의 경우 일반적인 국가대표급 체육특기생보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날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 현직 체육 교사들의 평가다.

당시에도 정씨를 두고 ‘학교에 거의 나오지 않는데 정권 실세의 딸인 덕분인지 전부 출석처리가 되고 있다’는 민원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고 한다.

체육특기생 관리 경험이 많은 서울 시내 학교의 한 교사는 “정씨가 131일을 결석했다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체육특기생치고도 결석 일자가 매우 많은 편”이라며 “다른 종목의 국가대표들도 그 정도로 많이 학교에 빠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이른바 ‘귀족스포츠’로 불리는 승마 종목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승마는 대회 출전과 훈련 자체에 비용이 많이 들어 국내 선수층이 매우 얇다. 재벌 2·3세 등 최상류층은 자신들의 경제적 지위를 차별적으로 드러내려는 목적에서 승마를 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승마 종목에서 재력이 뒷받침되는 선수는 타 종목에 비해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문호가 넓어 많은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씨의 출석 일수가 특히 적었던 것은 중·고교 체육특기생 관리 매뉴얼 상 승마 같은 개인종목의 대회 출전 허용 횟수가 타 종목보다 많은 덕도 있다.

학생 선수의 경우 1년 내내 리그전이 이어지는 축구 같은 종목은 일 년에 대회 두 개만 출전할 수 있다. 육상 등의 기초종목은 세 개로 대회 출전이 제한되지만, 승마 같은 개인종목은 한 해에 네 개 대회까지 출전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전국체전, 국가 주관 대회, 국가대표로 나가는 국제대회 등을 위한 훈련과 출전은 이런 규정에서도 예외로 인정받는다.

따라서 국가대표였던 정씨는 얼마든지 대회 준비를 이유로 학교에 나오지 않을 수 있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체육 교사는 “승마선수라 해도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회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 정씨의 경우 집안 배경 덕분에 출전에 대한 제약이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학교가 승마협회 등으로부터 출석인정의 근거가 되는 공문과 학업보완계획서 등을 제대로 확보해놓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그러나 교육청이 재조사를 통해 일부 공문 누락 등을 발견한다 해도 정씨의 졸업 인정을 뒤집을 수 있을 정도의 큰 문제점을 발견하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승마협회 공문이 대회·훈련과 정말 관련있는지 살펴보는 게 핵심”

대한승마협회와 서울시승마협회 등이 정씨가 재학한 C 고교에 공문을 발송한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는 것이 정씨에 대한 ‘특혜’ 의혹을 규명하는 핵심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체육 교사는 “교육청이 출결처리과정에서 결정적인 문제점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승마협회가 고교에 보낸 공문들이 대회 출전, 훈련과 정말 관련이 있는지가 관건인데 왜 애꿎은 학교만 조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씨의 부모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행세하며 승마협회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승마협회로서도 실제 훈련 사실 여부 등과 관계없이 공문을 발송했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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