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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 선택제·술+정식 2만9천원…청탁금지법 극복 백태

캐디 선택제·술+정식 2만9천원…청탁금지법 극복 백태

입력 2016-10-28 07:35
업데이트 2016-10-2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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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고급 음식점 생존전략에 캐디·종업원 ‘감원 1순위’

“법 시행 초기 일부 업종 급격 위축…완만한 회복 가능”

청탁금지법 시행 한 달이 지나면서 전국의 골프장과 고급 음식점이 갖가지 생존전략을 짜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캐디와 종업원 등 계약직 근로자들이 ‘감원대상 1순위’로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 골프장 2인 라운딩 허용·할인 등 생존전략 치열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회원제 골프장은 고객이 10∼20% 정도 감소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울산의 한 골프장에서 영남지역 50여 개 회원제 골프장 대표자 모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 관계자는 “성수기인데 토요일 고객이 평소보다 20% 감소했다”며 “지금처럼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골프장이 고객 감소로 매출이 떨어지자 할인 등 자구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북부의 대다수 골프장은 주중 그린피를 할인하며 손님을 유도한다.

포천의 한 골프장은 주중 그린피를 17만원에서 시간대에 따라 12만∼13만원으로 할인한다.

경남에서는 대중(퍼블릭) 골프장을 중심으로 정규 골프장 이용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할인 경쟁이 치열해졌다.

경남 사천의 한 골프장은 11월부터 주중 1부(오전 7시∼오전 8시50분) 그린피(18홀 기준)를 4만5천원까지 내린다. 이 골프장은 주말과 휴일 일부 시간에는 7만원에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의령의 한 골프장은 9홀과 18홀 라운딩을 선택할 수 있는데 평일 9홀은 2만5천원, 휴일은 3만2천원이다. 군민에게는 평일 9홀은 1만8천원, 휴일 2만5천원의 할인 혜택을 추가한다.

부산의 한 골프장은 고객이 감소하자 전 직원을 동원해 영업 활동에 나섰다. 평일 예약률을 높이려고 단체팀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골프장은 평일에 4명이 라운딩하면 1명은 세금(2만3천원 정도)만 내도록 했다. 평일 그린피는 대중 골프장과 비슷한 수준인 12∼13만원대로 낮췄다.

충북의 한 골프장은 16만원하던 평일 비회원 그린피를 오전 8시 이전에 티업할 때 12만원으로 할인하고, 수도권 골퍼들을 위해 셔틀버스도 하루 1∼2회 운행한다.

울산의 한 골프장도 오전 이른 시간에 골프를 치면 평시보다 25% 정도 할인한다.

캐디 선택제와 2인 플레이를 허용한 곳도 있다.

경북 구미 한 골프장은 캐디피가 고객에게 부담된다며 ‘캐디 선택제’를 도입했다. 고객이 캐디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캐디 비용은 10만∼12만원 정도다. 4명이 플레이하면 개인 부담은 3만원 정도다.

충북의 한 골프장도 ‘노(NO) 캐디’를 허용한다. 또 이 골프장에서는 2명이 골프를 즐겨도 된다. 대다수 골프장은 3명 이상이 한 팀을 이뤄야 플레이를 허가한다.

◇ 맥주 2병 포함 2만9천원 식단 개발…음식점 ‘고육책’

한 끼 식사가 3만원 이상하는 고급 음식점들도 청탁금지법 때문에 존폐위기에 몰리면서 고육책 마련에 분주하다.

대전의 한 한우 식당에서는 청탁방지법이 시행되자 2만9천900원짜리 ‘김영란 세트’를 출시했다.

미국산 소고기 300g, 소주 또는 맥주 2병, 밥이나 냉면 등 식사까지 이 가격에 제공하며 ‘박리다매’ 효과를 기대한다.

수원의 한 일식집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3만5천원짜리 저녁 정식 가격을 2만9천원으로 낮췄다. 모듬회, 초밥, 튀김, 우동, 매운탕 등으로 구성되는 원래 메뉴에서 매운탕을 빼 가격을 맞춘 것이다. 여기에다 소주 1병도 무료로 제공한다. 저녁 손님은 술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아 소주나 맥주를 주문하면 금액이 3만원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음식점 업주는 “예약 손님 중 6인 이상에 한해 1인 2만9천원짜리 정식을 판매한다”며 “청탁금지법 이후 기존 정식에서 매운탕만 제외하고 다른 음식은 그대로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전북 혁신도시의 한 일식집은 이전 공공기관의 회식 손님과 저녁 손님을 잡기 위해 ‘김영란 메뉴’를 개발했다. 알밥과 우동, 회, 반찬을 포함해 2만9천원짜리다. 손님이 술을 직접 가져와서 마셔도 된다.

울산의 한 음식점은 3만원짜리 정식을 저녁 메뉴로 내놨다. 4명이 3인분을 주문해도 된다. 청탁금지법에 따라 개인당 3만원을 넘지 않도록 하고, 남는 1인분 가격으로 술을 마시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 음식점은 3인분 이상 주문하면 외부에서 술을 반입해 마실 수 있도록 했다.

◇ 고급 음식점 곳곳 폐업…종업원 감원 바람

일식, 한우 전문점 등 고급 음식점들이 제살깎기 마케팅을 하고 있으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울산의 한 주류도매업체 대표는 “청탁금지법 시행 한 달 만에 매출이 30% 급감했다”고 머리를 흔들었다.

또 울산의 한 대형 한우 전문점은 청탁금지법 시행 일주일 만에 문을 닫았고, 다른 한우 전문점은 해물찜으로 메뉴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의 유명 일식집은 매출이 급격히 줄자 3만원짜리 메뉴를 개발해 팔았으나 손님이 계속 감소하자 종업원을 50% 감원했다.

인천 연수구의 한 식당은 청탁방지법 시행 이후 매출이 30% 이상 줄어 홀 서빙 종업원을 3명에서 1명으로 줄이고, 카운터를 맡던 업주가 직접 홀 서빙을 거들고 있다.

식당 관계자는 “예전에는 점심시간에 꽤 찾아오던 공무원 손님들이 아예 자취를 감췄다”면서 “오해를 사는 게 싫어 공무원들끼리 거의 매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의 한우 전문점은 청탁방지법 시행 직후 문을 닫았다. 이 음식점은 1982년 문을 연 뒤 35년간 기업인과 고위 공직자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청탁방지법시행 전후 손님이 급격히 줄어 끝내 폐업하고 종업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골프장 캐디의 고용불안도 마찬가지다.

울산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장 운영이 어려우면 일본처럼 재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캐디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은 코스와 거리를 안내하는 모니터를 보며 고객이 카터를 직접 몰고 다니며 골프를 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 18홀 이상 골프장은 500여 개에 달한다. 18홀 기준 캐디는 80∼100명 정도다. 골프장 한 곳당 100명으로 치면 5만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울산대학교 경영학과 박주식 교수는 “과도기 성격의 법 시행 초기여서 위기에 직면한 일부 업종은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는 등 어려움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시일이 지나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생기면 완만하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종업원 고용 문제도 타격을 받은 업종은 법 시행 이전으로 회복하긴 어렵겠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 새로운 기회를 맞는 산업과 사업이 생겨나고 고용도 자연스럽게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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