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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행동강령보다 못한 청탁금지법…금품 규정 되레 ‘후퇴’

공무원 행동강령보다 못한 청탁금지법…금품 규정 되레 ‘후퇴’

입력 2016-10-30 11:50
업데이트 2016-10-3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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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선물·경조사비 허용 범위 ‘3·3·5’에서 ‘3·5·10’으로 느슨

최근 대구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에게서 케이크, 화과자, 수제 비누를 받았다가 중징계 의결 요구된 사건이 발생했다.

30대 여교사가 학부모 상담주간인 지난달 19일∼22일 학부모 3명에게서 총 4만2천원 어치인 이들 물품을 받았다는 제보가 시교육청 부패신고센터에 접수돼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따르면 교직원은 직무와 관련돼 있더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목적이라면 5만원 범위에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담임교사와 학부모라는 특수한 관계라면 이런 예외가 성립되지 않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법 시행 초기 내린 유권해석이다.

그런데 이 교사는 청탁금지법을 어겨서가 아니라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을 상황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일이어서 당연히 청탁금지법을 적용할 수 없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공직사회의 ‘공무원 행동강령’이 금품 등 수수 금지 관련 규정에서 청탁금지법보다 훨씬 엄격했다는 점이다.

정부부처나 광역자치단체, 시·도교육청 등 공직사회는 청탁금지법과 충돌하는 공무원 행동강령 규정을 청탁금지법에 맞게 바꾸느라 부산하다.

공직사회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등소이한 공무원 행동강령을 규칙으로 정해 적용해 왔다.

금품 관련 규정을 보면 먼저 부득이한 경우에 제공되는 3만원 이내의 간소한 음식물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 등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선물은 3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통상적으로 제공되는 간소한 것만 가능했고, 이마저 직무 관련 공무원들로 한정한 곳이 많았다.

주로 지방의 공무원들을 상대하는 정부부처의 경우 직무 관련 공무원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나 선물을 제공받지 말도록 했다.

공직사회는 또 친족 간인 경우 등을 제외하고 경조사와 관련해 5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주고받을 수 없었다.

지금의 청탁금지법과는 차이가 있다.

청탁금지법도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포함해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100만원 이하의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하면 2∼5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할 경우 음식물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범위 안에서 예외가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공무원들의 경우 금품 등 수수 금지 규정이 ‘3만원(음식물)·3만원(선물)·5만원(경조사비)’ 혹은 3만원(음식물)·0원(선물)·5만원(경조사비)‘에서 ’3만원(음식물)·5만원(선물)·10만원(경조사비)‘으로 완화된 셈이다.

청탁금지법이 제3자에 의한 청탁 금지에 초점을 맞춘 반면 선물·경조사비 등 금품 수수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공무원 외부 강의 대가도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에는 1시간 기준 4급 이상 23만원, 5급 이하 12만원이었으나 법 시행 후 각각 30만원, 20만원으로 인상됐다.

전국 공직사회는 청탁금지법에 맞게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하고 있지만, 아직 입법예고도 안 한 곳이 많다.

행동강령을 그대로 두면 청탁금지법과의 충돌로 공직사회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교육당국의 한 관계자는 30일 “공무원 행동강령이 청탁금지법보다 훨씬 더 셌다”며 “행동강령은 참여정부 때 처음 만들어졌는데 청탁금지법에는 달라진 생활형태나 소비형태가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사회에서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들의 강한 반발을 의식, 이들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방편으로 청탁금지법의 금품 등 수수 금지 규정을 공무원 행동강령보다 완화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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