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듣는다더니···정부 ‘국정교과서’ 공식화 1년 전 이미 실현 전략 마련

의견 듣는다더니···정부 ‘국정교과서’ 공식화 1년 전 이미 실현 전략 마련

오세진 기자
입력 2016-11-24 22:00
수정 2016-11-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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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 방송화면
JTBC ‘뉴스룸’ 방송화면 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여론과 역사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오는 28일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검토본을 공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12일 국정교과서 방침을 확정한 뒤로 교과서 집필진을 일절 공개하지 않은 채 국정교과서 집필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방침을 확정하기 약 1년 전에 청와대가 이미 국정교과서 발행 방침을 정해놓고 구체적인 실현 전략까지 짜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JTBC 취재진은 ‘국정 국사교과서 도입 필요성에 대한 논거 검토’라는 제목의 청와대 내부 문건을 ‘뉴스룸’ 방송에서 공개했다. JTBC에 따르면 A4 용지 10쪽 분량의 이 문건이 작성된 건 2014년 9월 17일. 정부가 국정화 방침을 확정 발표하기 1년 1개월 전 시점에 작성됐다.

당시만 해도 청와대는 물론 교육부까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정해진 게 없다”면서 의견 수렴을 위해 공개 토론회를 열던 때였다.

하지만 문건을 보면 청와대 내부에선 이미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중심 좌파 역사관이 학생들에게 주입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면서 교과서 국정화를 대전제로 전략을 논의하고 있었다.

특히 청와대가 검토한 전략 중에는 ‘기존 검정 교과서 체제 하에선 여러 교과서를 공부해야 해 학생들 부담이 늘어난다’거나, ‘사교육비가 증가할 우려도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들어있었다.

이는 청와대가 학생과 학부모의 입시에 대한 불안을 국정교과서 관철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다.

청와대의 이런 논리는 여당 의원들로부터도 비슷하게 나왔다.

지난해 9월 당시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현 여성가족부 장관)은 “(학생들이) 안 그래도 많은 학습량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과연 (현행 검인정) 8종 교과서가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했던 것을 그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의를 (교육부에) 드리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결국 정부는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있어 겉으로만 의견을 수렴했을 뿐 청와대가 이미 답을 정해놓은 뒤 ‘일방 통행’ 정책을 펼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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