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만 견디면 됐는데” 출하 코앞 오리 살처분 농민 ‘털썩’

“사흘만 견디면 됐는데” 출하 코앞 오리 살처분 농민 ‘털썩’

입력 2016-11-24 11:03
수정 2016-11-2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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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까지 뚫린 AI에 ‘초비상’…반경 800m 이내 수만 마리 예방적 살처분

“며칠 있으면 출하 할 오리 1만 마리를 모두 땅속에 묻어야 하는 처지가 됐으니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갈 지경입니다”

충북 진천군 이월면에서 오리농장을 운영하는 A씨는 인근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이 농장에서 키우는 오리는 입식한 지 35일이 됐다. 일반적으로 오리는 40∼43일을 키워 출하한다.

최근 AI가 발생한 뒤 출하 시기를 당기고 있기 때문에 짧게는 2∼3일, 길게는 5∼7일 정도만 더 지나면 출하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인근 농장에서 AI가 발생함에 따라 A씨의 오리는 모두 살처분할 처지에 놓였다. A씨 농장은 진천군이 예방적 살처분 대상으로 검토한 AI 발생농가 반경 800m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진천 지역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에게 AI는 공포 그 자체다. 지난해와 2014년 AI가 덮치면서 오리와 닭 등 가금류의 씨가 마를 정도로 살처분했던 경험이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처럼 남아있다.

지난 16일 인근인 음성군 맹동면의 한 육용 오리 농장에서 AI가 확인된 뒤 진천 지역은 초긴장 상태였다.

1주일가량 별다른 징후가 나오지 않아 “올해는 그냥 지나가려나”하고 마음을 졸이면서도 은근히 기대했던 진천군 방역 상황실에 비상이 걸린 것은 지난 23일 오후 1시 30분께다. 가금류 농가를 전화 예찰하는 과정에서 이월면 삼용리의 한 종오리농장의 오리 70여 마리가 폐사한 것이 확인됐다.

진천군 방역상황실은 급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간이검사와 유전자 검사를 통해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자 곧바로 살처분 작업에 들어가 24일 새벽에 끝마쳤다.

이 농가에 대한 조치는 마쳤지만, AI가 진천군 전역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AI가 발생한 농장은 지난 18∼19일 실시한 일제검사에서는 AI가 나타나지 않았다. 검사 당시 AI가 잠복해 있거나 뒤늦게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오리는 AI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곧바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3∼10일 잠복기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일제검사와 예찰 등을 통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다른 오리 농가에서도 AI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리 농가들이 밀집한 진천에서 AI는 한 곳에서 발생하면 순식간에 인근 지역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삼용리 오리 농장 반경 800에는 3개 농장에 오리 2만8천 마리가 있고, 3㎞ 이내에는 오리 18농가 16만7천 마리, 닭 6농가 24만3천 마리 등 24농가에 41만 마리의 가금류가 있다. 범위를 진천 전역으로 넓히면 82농가 193만 마리가 넘는다.

진천군의 한 관계자는 “최근 AI 발생 양상을 보면 마치 물감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종이 전체로 번지는 것처럼 퍼진다”며 “AI가 어디로 확산할지 몰라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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