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드리운 국정원, 문체부 통해 예술단체 동향 수시 파악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활용에 국가정보원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의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국정원의 역할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은 국정원이 정부 부처 동향을 파악하거나 정보수집 업무를 담당하는 정보관(IO)을 활용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거나 이를 토대로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도록 했는지 등을 파악 중이다.
특검은 문체부 사무실과 직원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휴대전화를 분석해 문체부 공무원과 국정원 정보관이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은 흔적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문화·예술인을 일상적으로 사찰한 의혹은 연합뉴스 취재에서도 확인됐다.
문체부의 한 직원은 상사의 지시로 예술단체의 동향에 관해 국정원 정보관에게 알려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2014년 7월∼2015년 3월 국정원장을 지낸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자택에서 휴대전화와 각종 서류 등을 2일 압수해 분석 중이다.
특검은 조만간 이 전 실장을 소환해 관련 의혹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전 실장은 “단언컨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거나 관리한 일이 없다”며 “필요하다면 특검에 나가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은 전임 김기춘 실장 퇴임후 일정 기간 지난후 취임해 ‘인수인계’도 못받은데다 ‘문고리 3인방’ 등과도 원만하지 않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실장은 국정원장 재임 시절에도 ‘정치개입 절대불용’ 방침을 강조해왔고, 문고리 3인방은 국정원의 추모 국장등과 별도의 비선라인을 형성해 인사등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특검은 블랙리스트를 청와대가 직접 조사했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특검은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등으로부터 교육문화수석실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문체부에 내려보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관련자를 출국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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