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씨 15년새 7,7배↑…다문화 사회 이색 성씨·본관 속출
선호도는 김>이>박>최 順…“튀지 않고 부르기 쉬운 이름 인기”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로즈씨는 지난해 ‘남장미’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남쪽에서 왔다고 해서 ‘남’이라는 성씨에 영단어 ‘로즈(rose)’의 한국말인 ‘장미’를 붙였다.
법원으로부터 창성창본(創姓創本·성과 본을 새로 짓는 것) 허가까지 마쳐 지금 사는 곳의 지명을 딴 ‘청주 남씨’의 엄연한 시조(始祖)가 됐다.
그는 “얼굴 생김새나 피부색은 조금 달라도 한국 국적에 엄연한 한국 이름까지 생기니 진짜 ‘한국 사람’이 됐다는 뿌듯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가문’이 해마다 늘고 있다.
6일 대법원에 따르면 귀화 후 창성창본을 허가받은 외국인은 2011년 7천770명, 2012년 7천623명, 2013년 7천612명, 2014년 7천655명, 2015년 6천272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통계가 등록된 11월 말까지 5천991명이 창성창본을 마쳤다.
해마다 6천∼7천개 이상의 ‘외국인 새가문’이 탄생한 셈이다.
이런 현상은 당연히 결혼 이주여성 등 귀화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파악한 연간 한국 국적 취득자를 보면 2011년 11만1천110명, 2012년 12만3천513명, 2013년 13만3천704명, 2014년 14만6천78명, 2015년 15만8천64명으로 해마다 1만명 가량이 꾸준히 늘었다.
귀화 외국인 모두 창성창본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의 편리함이나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개명 결정을 하는 사람이 느는 추세다.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성과 본을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창성창본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내국인은 가족관계등록부가 없는 경우에만 창성창본이 가능하다.
반면 외국인은 귀화 후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 때 자신이 원하는 성과 본을 적어 넣기만 하면 특별히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새로운 성씨의 ‘시조’가 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다소 생소한 성씨나 본관도 많다.
우리나라 성씨 조사는 15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 가장 최근인 ‘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성씨는 2000년 728개에서 2015년 5천582개로 7.7배가 늘었다. 음(音)이 같은 성씨를 하나로 묶어 산정한 숫자이기 때문에 본관까지 나누면 그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늘어난다.
굳이 본관까지 구분하지 않고 성씨만 봐도 귀화 외국인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전체 5천582개 성씨 중 한자가 없는 성씨가 4천75개에 달하는데 귀화 외국인이 등록한 희귀 성씨가 대부분이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귀화 외국인이 등록한 한자 없는 성으로는 ‘레’·‘팜’·‘쩐’·‘에’·‘짱’ 등이 있는데, 본래 이름에서 한 글자를 따온 경우다.
본관 역시 한국 지명을 안 쓰고 본국의 이름이나 지명을 써 ‘태국 ○씨’·‘몽골 ○씨’·‘산동 ○씨’·‘대마도 ○씨’ 등의 새로운 가문이 생겨났다.
물론 ‘김’·‘이’·‘박’·‘최’ 등 우리나라의 주요 성씨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나고, 본국의 성 대신 배우자의 성을 따라가는 경우도 많다.
중국인의 경우는 원래 성씨를 그대로 쓰면서 본관은 현재의 거주지명을, 이름은 한자를 한국식 발음으로만 고쳐 쓰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청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새로운 이름에 자신의 정체성을 남기려는 귀화 외국인도 있지만 대부분은 평소 이름 부르기가 불편하거나 주위 시선 때문에 개명을 선택한 거라 가능하면 튀지 않고 부르기 쉬운 이름을 고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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