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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제…도승 스님 “역사 바로 가야”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제…도승 스님 “역사 바로 가야”

입력 2017-01-13 16:18
업데이트 2017-01-1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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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통도사 말사서 박정기 씨 등 가족 참석 “촛불집회, 민중 힘으로 잘못된 것 바로잡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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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오른쪽) 씨와 누나 박은숙 씨가 13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 말사 성전암 대웅전에서 열린 박종철 30주기 추모제에서 합장하고 있다. 바로 뒤에 박종철 아버지 박정기 씨도 서 있다.  연합뉴스
고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오른쪽) 씨와 누나 박은숙 씨가 13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 말사 성전암 대웅전에서 열린 박종철 30주기 추모제에서 합장하고 있다. 바로 뒤에 박종철 아버지 박정기 씨도 서 있다.
연합뉴스
13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 말사 성전암 주지 스님 거처.

구순인 박정기 씨가 도승 주지 스님 앞에서 합장하고 큰절을 올렸다.

박 씨는 지팡이를 짚고 겨우 움직이는 불편한 몸이지만 오늘만은 이를 악물고 힘을 냈다.

그는 1987년 1월 14일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현재 경찰청인권센터)에서 공권력의 모진 고문으로 숨진 서울대 언어학과 2학년생 고(故) 박종철(당시 23세) 열사 아버지다.

두 사람 간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씨는 1987년 1월 16일 당시 부검을 마친 아들을 염하고 백제화장터에서 화장했다. 아들 유해는 임진강에 뿌려졌다.

그때 아버지는 “종철아, 잘 가그래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대이.”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이후 3월 3일 박종철 49재를 앞두고 있었다. 당시 조계사 등 불교계 대부분이 서슬 퍼런 전두환 정권 눈치를 살폈다.

이때 부산 사리암 주지였던 도승 스님이 불자인 박 씨 가족을 위해 49재를 자청했다.

주위에서는 “뭐하려고 시끄럽게 49재를 맡았느냐”며 걱정을 했다. 동시에 국가 권력으로부터 적잖은 압력도 있었다.

도승 스님은 “시대 정신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명동성당을 중심으로 양심 있는 성직자들과 의사의 고백으로 진실이 밝혀진 것을 보고 마음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스님은 그렇게 49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30년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박종철 열사 추모제를 이어왔다.

도승 스님은 “한 청년의 죽음이 너무 안타깝고 억울해 내 혼자라도 나서서 정성스럽게 추모제를 올리겠다고 한 것이 벌써 30년이 됐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촛불집회도 민중의 힘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가는 과정”이라며 “30주기는 그 시절과 지금, 미래를 생각하는 의미 있는 날로 맞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20여 년 전 부산 사리암을 떠나 양산 성전암으로 옮겼다. 그때 박종철 열사 영정도 함께 옮겨 안치했다.

이날 스님과 마주 앉은 박 씨는 “못다 살고 간 아들에게 그래도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이 있었기를 바란다”고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는 “이번 30주기가 단순한 기념일, 추모일이 아니라 민주화를 이끌어 나가는 세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하늘에 있는 아들에게 “못다 살고 간 삶 가운데 아름다웠던 모습만 듬뿍 담아가길 기도한다”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두 사람은 이어 대웅전으로 자리를 옮겨 30주기 추모제를 올렸다.

이날 추모제에는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85) 씨와 누나 은숙(55) 씨 등 유족과 지인, 불교 신도 등 40여명이 함께 했다.

열사의 어머니와 누나는 추모제가 진행되는 동안 감정이 북받친 듯 울음을 참으며 굵은 눈물을 쏟아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는 열사 기일인 오는 14일 부산과 서울에서 30주기 추모행사를 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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