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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질 처방’받은 20∼30년 된 노후 열차 사고위험 높인다

‘땜질 처방’받은 20∼30년 된 노후 열차 사고위험 높인다

입력 2017-01-23 15:52
업데이트 2017-01-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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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 1∼4호선 열차 절반, 20년 이상된 ‘고령 열차’“신규 전동차 도입·노후 시설 개선 사업에 국비 지원해야”

2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으로 진입하던 전동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객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지하철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일요일 이른 아침이라 승객이 적어 혼란이 적었지만, 평일 출퇴근 시간대 사고가 발생했다면 큰 혼란이 빚어져 많은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사고 전동차가 도입된 지 27년 된 노후 열차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하철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다시금 힘이 실리고 있다.

◇ 메트로 노선 달리는 열차 절반이 20년 이상 된 ‘고령’

전동차·시설 등 지하철 노후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 지하철은 1974년 1호선이 처음 개통한 이래 올해로 43년이나 돼 시설·설비가 점점 낡아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지적은 매년 국회 국정감사와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이 지난해 국정조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울메트로(1∼4호선) 전동차 1천954대 가운데 61%인 1천184대가 20년을 넘긴 ‘고령’이다. 25년 이상 된 ‘초고령’ 전동차도 14%나 된다.

특히 1호선은 25년을 넘긴 ‘초고령’ 전동차가 40%를 차지했다. 2호선은 17%, 3호선은 12% 등이다.

강남·잠실·을지로 등 서울 시내 주요 지점을 두루 거쳐 순환하는 2호선도 마찬가지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작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호선에서 기대수명을 초과한 268대 가운데 절반이 넘는 54.1%(145대)가 여전히 도심을 달리고 있다.

국내 전동차의 내구연한은 철도안전법 제정 당시 15년으로 정했지만, 1996년 25년, 2000년 30년, 2009년 40년 등으로 점점 늘어나다가 2014년에는 규제 완화 정책의 하나로 아예 없앴다.

도입된 지 20∼30년 된 전동차라도 고장이 날 때마다 부품을 일부 갈아 끼우는 ‘땜질식 처방’을 하며 수명을 연장하고 있는 셈이다.

전동차 부품 관리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15년마다 무조건 부품을 교체하지만, 우리나라는 3년 주기로 점검하는 것을 전제로 재사용하고 있다.

궤도, 열차신호장치, 변전소전력설비 등 시설도 상당수가 법정 내용연수(20∼25년)를 초과해 신규 건설 수준의 재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다.

◇ “시민 안전 위해 빠듯한 서울 예산 고려한 국비 지원 필요”

서울시는 노후시설 재투자에는 최소 2조원, 많게는 4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빠듯한 예산 탓에 시 자체 예산으로는 엄두를 못 내는 형편이다.

1천만에 달하는 서울시민과 수도권 주민 등이 함께 사용하는 시설인 만큼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정밀진단을 거쳐 2014년부터 2022년까지 2·3호선 노후 전동차 620량을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관련 예산으로 8천37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예산으로 1천85억원을 편성한 서울시는 국비로 사업비의 40%에 해당하는 434억원을 요청했지만,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전동차 도입도 ‘유지·관리’ 사업으로 분류돼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이 방침을 바꾸지 않는다면 2020년까지 총 3천150억원으로 책정된 국비 지원분 수령이 불가해 노후 전동차 교체 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7년간 내구사용 연한이 만료되는 620량 교체는 시민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시설 등 노후시설 개선 지원 예산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시는 2020년까지 1∼4호선 구간 총 146.8㎞ 중 116.5㎞ 구간의 노후시설 개선을 위해 총 1조 3천552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총 사업비로 시비 7천800여억원, 국비 2천340억여원 등이 책정됐다.

서울시는 이미 2013년과 2014년 국토부에 국비 지원을 신청했지만, 국토부가 기재부에 예산을 신청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했다.

2015년 국토부는 지하철 설비 노후화로 대형사고 발생·운행 장애가 우려된다며 국비 지원 필요성에 공감, 시가 요청한 사업비 450억원을 반영해 기재부에 올렸다. 하지만 이번엔 기재부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돼 결국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시는 올해도 지하철 노후시설 개선에 시비 465억원을 투입한다. 정부에도 국비 62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윤혁열 서울연구원 박사는 “정비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울은 다른 나라보다 날씨 변화도 심하고 이용객도 많아 전동차를 아주 오래는 쓰지 못한다”며 “어떤 방법으로라도 돈을 마련해서 새 전동차를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돈의 출처는 ‘세금’으로 같고, 다만 어디로 들어가느냐만 다른 것 아니겠느냐”며 “지금은 금리도 낮기 때문에 중앙과 지방이 재원 조달 방법을 적극적으로 논의해 과감한 투자를 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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