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지키는 천 개의 의자
1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주변에서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이 마련한 ’소녀상을 지키는 천 개의 의자’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소녀상처럼 신발을 벗고 맨발로 뒤꿈치를 든 채 1분간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98주년 3·1절인 1일 오후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 정발 장군 동상 앞.
빽빽하게 놓인 1천 개의 의자에 앉은 시민·학생들은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처럼 모두 맨발로 뒤꿈치를 든 채 1분간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 일본군에 끌려가 성 노리개가 됐던 위안부 할머니의 치유받지 못한 과거를 함께 아파하고 이전 위협에 시달리는 소녀상을 함께 지키자고 다짐했다.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은 이날 ‘소녀상을 지키는 천 개의 의자’라는 제목으로 3·1절 평화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모인 초·중·고등학생과 시민 등 1천여 명은 위안부 할머니를 상징하는 보라색 피켓을 들고 ‘소녀상을 지키자’, ‘한일합의 전면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부산시민행동은 일본 정부가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고 우리 외교부마저 사실상 소녀상 이전을 검토해야 한다는 비공개 공문을 지자체에 보내자 시민의 힘으로 소녀상을 지키자며 이번 행사를 열었다.
특히 이들은 민심은 아랑곳없이 일본 눈치를 보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어느 나라 장관이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장 주변에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이날 집회에서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합원이 나와 일제에 끌려간 70만 명의 강제징용 노동자의 진상규명과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손해배상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장선화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가해국인 일본이 큰소리치고 우리 정부는 항의조차 못 하게 만든 것은 잘못된 한일 위안부 합의 때문”이라며 “우리 손으로 소녀상을 지키고 위안부 합의를 무효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 좁은길교회 목사는 ‘소녀상과 할미꽃’이라는 위안부 할머니에게 바치는 축시를 낭독했고, 부산 민예총의 위안부 할머니 추모 춤과 중·고등학생의 ‘소녀상을 지키자’는 개사곡 공연도 이어졌다.
중장년층으로 구성된 박종철 열사 합창단은 행사 마지막에 영화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를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일본영사관 주변 500여m를 한 바퀴 행진했다.
행진 도중 참가자들은 일본영사관을 향해 함성을 지르기도 했지만, 평화롭게 행진을 마무리했다.
이날 경찰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300여 명의 경력을 일본영사관 주변에 배치했다.
부산시민행동의 3·1절 평화대회는 애초 경찰이 외국 공관의 업무 방해나 참석자의 돌출 행동이 우려된다며 집회와 행진 금지를 통보했으나 법원이 허가해 열리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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