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처리 안 돼 피해 떠안아야...음주 경력도 적발 어려워
음주 운전을 하지 않으려고 대리운전을 이용했는데, 오히려 대리기사가 만취 상태에서 사고까지 내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차주는 기가 막히는 사고를 당했는데도 보험 처리조차 되지 않아 피해 책임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지난달 3일 새벽 30대 박모씨는 모바일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드라이버’로 대리운전을 요청했다.
애플리케이션(앱) 호출 버튼을 눌러 기사가 배정되기까지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고 곧바로 대리기사 백모(48)씨가 왔다.
박씨의 BMW 차량을 대신 운전하던 백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앞 교차로에서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박씨는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었고 4천만원가량의 차량은 폐차 처리해야 했다.
문제는 백씨가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127%의 만취 상태였다는 것이다.
백씨는 전날 오후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수면제까지 먹고 잠들었다가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더욱이 백씨는 음주운전으로 이미 2차례 적발된 경력까지 있었다.
박씨는 사고 후 보험 처리가 되지 않아 보상조차 받지 못했다.
업체 측은 음주사고는 보험 계약상 약관에 없고 면책 규정에 해당한다며 보험처리 불가를 통보했다.
백씨의 음주운전 경력에 대해서는 범죄 경력을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알지 못했다며 책임이 없다고 했다.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믿음에 카카오드라이버를 이용한 박씨는 보상 한 푼 받지 못하고 치료비, 사고 처리 비용까지 모두 책임져야 했다.
이처럼 대리운전으로 사고가 났는데도 그 책임이 차주에게 전가되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보험사 면책 규정을 들어 보험 처리가 되지 않거나, 대리기사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해 보상받을 길이 없는 경우가 많다.
대리기사가 사고를 내면 차주가 책임을 지는 이유는 자동차 손해배상법상 ‘교통사고로 다른 사람이 다치면 운전한 사람이 누구든 차주가 배상하라’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보험의 사각지대를 노리고 일부 대리운전 업체가 최소 수준의 보상 보험에만 가입해 대부분의 책임을 차주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일부 업체는 기사들의 보험 가입 사실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보험에 모두 가입했다며 거짓 광고까지 하기도 한다.
일부 기사들은 보험료가 부담된다며 보험 가입을 꺼리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14일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국민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지금까지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면서 “부적합한 업체를 걸러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업체와 기사들을 상대로 한 교육을 통해 대리운전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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