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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직접 보니 슬프다”…추모객 몰려든 신항 추모 리본 동나

“세월호 직접 보니 슬프다”…추모객 몰려든 신항 추모 리본 동나

입력 2017-04-02 14:20
업데이트 2017-04-0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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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웃을까 봐 마스크 쓴 자원봉사자 “화장실 청소하고, 휴지라도 줍겠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유가족이 돌아오지 않은 가족을 기다리며 팽목항 등대길은 추모의 상징적 공간이 됐다.

세월호가 목포 신항으로 반잠수식 선박에 실려 접안하면서 세월호가 멀찌감치 보이는 목포 신한 북문 일대 철책 길은 노란 리본이 나부끼는 ‘제2의 추모 공간’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 ‘수천 개 리본 이틀 만에 동나’…전국각지 추모객 발걸음

“추모객이 몰리면서 추모 리본 수천 개가 벌써 다 떨어졌네요.”

2일 오전 세월호가 접안한 목포 신항 북문 쪽 철책 길에 수천 개의 추모 리본이 나부꼈다.

각 추모 리본 마다에는 ‘안타깝다’, ‘미수습자 수습 기원’ 등 시민들이 일일이 적은 추모 메시지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세월호 인양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가족이 눈앞에 보이는 세월호를 보며 매달기 시작한 노란 색 추모 리본은 시민들이 뒤이어 매달면서 100여m까지 하루가 지날수록 철책 사이사이를 메우고 있다.

가족들과 목포지역 추모단체가 3천여 개 이상 리본을 준비했으나 불과 이틀 만에 동났다.

추모단체는 추가로 급히 리본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부산에서 자식들에게 “나 목포 다녀온다”고 한마디 하고 홀로 버스에 올라타 이곳에 온 김애자(81) 할머니는 추모단체 회원의 팔을 붙잡고 ‘추모 리본’ 하나 구할 수 없느냐고 애타게 물었다.

평소 세월호 참사를 가슴 아파하던 김 할머니를 잘 아는 자식들은 “목포 간다”는 한마디만 듣고 세월호 보러 가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할머니는 “나는 이렇게 건강한데, 우리나라 미래의 인재들이 저 세월호 안에서 희생됐다”며 “미수습자 9명의 유골이라도 찾아서 가족 품으로 돌려줘야 하는 게 도리다”고 말했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초등학생 5학년 여동생과 함께 세월호를 보러 온 중학교 2학년 홍석현(15) 군은 “세월호를 직접 보니 생각하던 것보다 작아 놀랐다”며 “저 안에서 수많은 형, 누나들이 고통스러워 한 생각을 하니 슬프다”고 말했다.

추모단체가 마련한 부스에서는 추모객들이 유가족들에게 엽서에 격려와 위로의 말을 적어 보내고 추모 물품을 나눠 소지품에 내걸고 있다.

목포 신항 북문에는 현재 세월호 유가족 50여 명이 천막 농성하며 미수습자 수습, 선체조사 참여,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신항 내 임시 가족 시설에서 자리를 잡은 미수습자 가족들은 철창 안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상황이 답답해 신항 밖에 컨테이너에 추가로 임시 숙소를 마련 중이다.

목포 신항 철책 길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미수습자 수습 발원’ 기도법당을 차렸고, 조만간 유가족과 논의해 임시분향소도 설치될 전망이다.

◇ “추모 공간에서 웃을까 봐” 마스크 쓴 자원봉사자

세월호 가족이 세월호를 따라 목포 신항으로 달려오자 이들을 돕기 위해 함께 현장을 지키는 이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잊지 않기 목포지역 공동실천모임’은 유가족 천막농성장 바로 옆에 유가족 지원 시설을 차리고 추모객을 맞고 있다.

자체 예산을 털어 유가족들의 기거를 돕고 추모 물품과 차와 음식을 나누고 있다.

무료로 나눠주는 추모 물품과 음식이 예산이 부족해 며칠 버티지 못할 우려가 있었지만, 시민들의 모금이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시민들은 현장에 설치된 모금함에 정성을 모아 전날 하루에만 600여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실천모임 관계자는 “할머니들이 1천원 쌈짓돈을 꺼내 이것밖에 못내 미안하다며 조심스럽게 성금 함에 손을 뻗는 모습을 보면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난다”고 전했다.

자원봉사자도 늘어가고 있다.

현장에는 가족지원시설이 일부 자리 잡은 석탄 부두 주차장과 북문 출입구에 자원봉사등록센터가 차려졌다.

이곳에 지난 1일 하루에만 179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와 현장에서 필요한 일을 자발적으로 도왔다.

자원봉사자들은 추모 공간에서 혹시나 웃는 모습을 보일까 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휴지를 줍고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하며 아픔을 나누고 있었다.

목포의 한 대학생 1학년 이서희(19) 양은 “고향이 안산인데 세월호가 목포로 왔다는 소식에 학교 친구들과 함께 개인적으로 자원봉사 신청을 했다”며 “추모객들이 아픔에 고통스러워 하는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을 위해 기념 촬영을 하고 웃는 모습을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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