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세 이해원 옹주와 아들 3명, 하남 이어 연희동 땅 반환소송도 져
대한제국 초대 황제 고종의 손녀와 증손자들이 과거에 소유한 땅의 소유권과 관련한 소송에서 또 패했다.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이원신 부장판사)는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의 후손 4명이 건설교통부·노동부 등 옛 정부부처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지역 주택조합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고종의 손녀이자 의친왕의 둘째 딸 이해원(98) 옹주, 이 옹주의 아들 이진휴·진왕,·진홍 씨가 원고로 참여했다.
문제가 된 땅은 연희동 안산 일대 임야 1만179㎡(3천79평)다. 서대문구청 북쪽의 안산벚꽃길 일대 2천516㎡(761평), 신연중학교 남쪽 6천673㎡(2천18평) 등 개별공시지가로 따지면 30억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땅이다.
원고들은 이 옹주 남편 이승규씨 소유였던 이 땅이 1948년 9월 23일 당시 전직 고위 법조인으로 알려진 김모씨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졌는데 이는 위조된 매매계약서에 의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해당 토지는 1995년 이번 사건 피고들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서울시는 이후 1999∼2000년 이 땅을 ‘공공용지 협의 취득’ 명목으로 이전받았고 피고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원고들은 “피고들이 보상금을 받은 것은 원고들의 소유권을 침해해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은 것”이라며 “피고들은 각 원고에게 부당이득금 15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총 60억원가량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해당 토지는 이승규씨 소유였다가 1943년 9월 14일 이씨가 사망하면서 장남 진휴씨가 상속받았는데 1948년 4월 23일 진행된 매매계약에 따라 1948년 9월 23일 김모씨 명의의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졌다”고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이어 “이 등기를 토대로 해 이번 사건 피고들 명의로의 소유권 이전 등기가 1995년에 있었고 1999∼2000년 서울특별시 명의의 소유권 이전 등기가 순차적으로 이뤄졌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이번 사건 토지 소유권이 서울시로 이전될 당시 해당 토지가 원고들 소유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옹주 등은 과거에도 “양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경기도 하남시 땅 1만2천700㎡(3천841평)가 부당하게 정부 소유로 넘어갔다”며 땅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가 2012년 패소한 바 있다.
이 옹주는 생존한 대한제국 황실 후손 중 최고령이다. 충청도 갑부 아들 이승규씨와 결혼했으나 이씨가 한국전쟁 때 강제 납북되면서 집안이 몰락했다.
의친왕은 일제의 혼혈정책에 따른 일본인과의 결혼을 거부하고 국내에서 항일투쟁과 독립운동을 지원하다가 감금되기도 했다. 의친왕은 1955년 서울에서 숨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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