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0.967초 전’ 무단횡단자 발견 버스기사 ‘무죄’

‘사망사고 0.967초 전’ 무단횡단자 발견 버스기사 ‘무죄’

입력 2017-06-11 20:35
수정 2017-06-1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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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사고 예측하기 어려워 주의 의무 과실 인정 안 돼”

무단횡단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시내버스 기사가 ‘사고 예측 불가항력’을 인정받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1부(조휴옥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62)씨의 항소심에서 금고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3월 9일 오후 9시 50분께 서울 동대문구에서 편도 3차로 도로 중 중앙버스전용차로인 1차로에서 시내버스를 운행 중이었다.

당시 버스는 제한최고속도(시속 60㎞)를 준수하며 시속 45∼48㎞로 운행했다. 2차로에는 차들이 정차해 있었다.

A씨가 몰던 버스가 인도와 버스정류장을 이어주는 횡단보도를 지나칠 때 30대 남성이 무단횡단을 했다. 당시 보행자 신호등은 빨간색이었다. 이 남성은 버스에 머리를 부딪쳐 중증 뇌 손상으로 숨졌다.

검찰은 버스를 천천히 운행하면서 전방·좌우를 살피는 것을 게을리한 혐의가 있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전방주시 의무 위반으로 과실이 인정된다며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가 피해자를 볼 수 있었던 시점은 충돌지점에서 35∼42m 떨어진 곳이어서 전방주시 의무를 다했다면 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2차로에 차량이 정지돼있어 3차로 방향 시야가 가려졌으므로 피해자가 2차로에서 벗어난 때에야 A씨가 이를 인지할 수 있었다”며 “블랙박스를 보면 불과 사고 발생 약 0.967초 전에 피해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일반적으로 알려진 인지반응시간이 0.7∼1.0초라는 것을 고려하면 급하게 제동장치를 조작했더라도 충돌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자동차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해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 발생까지 주의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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