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장 원아 이름표시까지 걱정거리…학부모 불안 가중
서울시, 어린이집 문단속과 개인정보 노출 문제 현장 점검키로중학생이 어린이집에서 일면식도 없는 2살 아이를 불러내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어린이집 안전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괴 미수 사건은 지난 2월 14일 오후 1시께 송파구 잠실동의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집에서 있었다. 이곳은 아파트 건물 1층에 있는 가정형 어린이집이었다.
중학교 1학년 A양(13)이 얼굴도 본 적 없는 아이를 불러낼 수 있었던 것은 현관문 옆 벽에 생일을 맞는 어린이들의 이름을 적은 게시판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A양은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가 게시판에서 본 어린이 이름을 불렀고, 교사가 나와 누구냐고 묻자 ‘친척’이라고 답했다.
A양이 의심스러웠던 교사가 어린이 부모에게 전화로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해 다행히 피해는 없었지만, 게시판의 개인정보가 아이를 불러내는 데 활용됐다는 점에 어린이집은 물론 어린이집을 관리하는 관할 구청도 깜짝 놀랐다.
지난 3월 있었던 인천 초등학생 유괴·살인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이후 또다시 알려진 이번 사건으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문제로 떠오른 것은 어린이집 문단속과 원아 개인정보 노출이다.
이 사건 이후 송파구청은 게시판에 원아 성명 등 개인정보를 일체 게시하지 말라고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요구했다.
구청 관계자는 “외부에 거는 게시판을 아예 없애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형 어린이집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신발장의 원아 이름표기도 걱정거리가 됐다. 구청은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단지 어린이집의 신발장 이름표기를 없애고 캐릭터 스티커를 붙여 주인을 구분하도록 했다.
일부 어린이집의 부주의한 문단속은 주기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15년엔 출입문이 열린 어린이집만 골라 금품을 훔친 남성이 검거되기도 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문이 열린 어린이집이 많아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어린이집은 외부인의 침임을 막기 위한 문단속을 철저히 해야 할 뿐 아니라 안에서도 문을 열지 못하도록 잠금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문을 열고 나갔다가 다치거나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육아 인터넷카페에는 “어린이집 현관에 자동잠금장치가 없고 수동으로 돌리는 구조”라며 “거의 열려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는 학부모들의 글이 때때로 올라온다.
서울시는 어린이집 현장점검을 통해 문단속과 개인정보 노출 문제를 중점적으로 살피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린이집 원장들이 참여하는 소통회의를 통해 문단속 등에 유의하도록 전파하고, 이번에 제기된 문제를 중점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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