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평지풍파” 주민들 ‘누드펜션’ 진입 원천봉쇄

“마을에 평지풍파” 주민들 ‘누드펜션’ 진입 원천봉쇄

입력 2017-07-28 15:57
수정 2017-07-2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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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로 입구 막고 농성…“농촌정서상 용납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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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주민들이 누드펜션 진입로에 내건 반대 현수막.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주민들이 누드펜션 진입로에 내건 반대 현수막.
누디즘을 표방하는 동호회 회원들이 충북 제천의 한적한 농촌 마을에 있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일명 ‘누드 펜션’을 세워 동호회 활동을 하는 데 대한 논란이 거세다.

주민들은 급기야 28일 누드 펜션으로 통하는 마을 진입로를 트랙터 등으로 막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

마을 분위기를 해치는 이 시설이 운영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다른 사람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옷을 벗은 남녀가 함께 어울리는 것과 관련, 70~80대 노인들이 대부분인 이 마을 주민들은 “망측하다”며 손사래를 친다.

반면 동호회 측은 개인의 사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취향’이며 법을 어기지도,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았는데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자유권 침해라고 반박한다.

논란의 중심이 선 누디즘 동호회원들의 휴양시설은 제천시 봉양읍의 한 마을에 2009년쯤 들어섰다.

야산 꼭대기에 자리 잡은 149㎡ 규모의 2층짜리 건물은 관광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펜션 양식이다.

방문객들을 처음 맞이하는 건 이 건물 앞에 꽂혀있는 주황색 팻말이다.

펜션 건물 주변에는 야외 풀장 등 방문객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다양한 휴게시설을 갖춰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팻말에는 ‘이 건물은 개인 소유지이기 때문에 함부로 침입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성 문구가 적혀있었다.

주민 반대로 운영을 잠시 중단했지만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 모집을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누드 펜션이 운영을 재개하면서 주말이면 전국에서 모여든 동호회원들로 홍역을 치른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설명이다.

주민 박모(83)씨는 “이 건물이 처음 들어섰을 때는 정확한 위치를 알려달라는 사람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우리 집으로 찾아와 시달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동호회가 다시 운영을 재개한 것과 관련해 박씨는 “농촌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역사회 역시 “도시 이미지에 먹칠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높지만, 해당 동호회는 문제 될 게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동호회 관계자는 “마을에서 꽤 거리가 있고 개인의 사적 영역인 건물 내에서 이뤄지는 일인데 마을 주민들이 왜 저러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에선 나체주의 문화가 엄격한 틀 속에서 자유롭게 허용된다고 강조했다.

나체주의자들은 알몸으로 생활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아름답다고 생각해 이를 실천하는 사람을 말한다.

국내에서도 전남 장흥군이 2011년 전국 최초로 치유 목적의 누드 산림욕장을 개장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끈 바 있다. 그러나 국민정서상 쉽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장흥군 관계자는 “당시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긴 했지만, 지역 유림 등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누드 산림욕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졌고 지금은 이름까지 바꿔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발에도 경찰과 제천시는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므로 누드 펜션 논란과 관련,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천시 관계자는 “예전에 문제가 됐을 때는 양측이 조금씩 양보해서 해결책을 찾은 것으로 안다”며 “행정기관이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중재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마을 주민들은 실력행사를 결의했다.

누드 펜션을 계속 운영한다면 진입 도로의 통행을 막아 원천봉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 주민은 “도무지 바람 잘 날이 없으니 더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차량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펜션으로 향하는 도로에 트랙터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통행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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