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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 할머니가 웃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가 웃었다

최치봉 기자
입력 2017-08-08 22:36
업데이트 2017-08-0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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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전범기업 미쓰비시, 강제노역 피해 1억 2000만원 배상” 판결

일제강점기 소녀의 나이에 ‘전범(戰犯)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에 근로정신대란 이름으로 끌려가 착취를 당했던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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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의 유가족인 이경자(왼쪽)씨가 8일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 앞에서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공동대표의 손을 잡고 기뻐하고 있다. 이 소송 1심 재판부는 이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광주 연합뉴스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의 유가족인 이경자(왼쪽)씨가 8일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 앞에서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공동대표의 손을 잡고 기뻐하고 있다. 이 소송 1심 재판부는 이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광주 연합뉴스
광주지법 민사1단독 김현정 판사는 8일 김영옥(85) 할머니와 고 최정례 할머니의 조카며느리 이경자(74)씨가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미쓰비시는 생존자인 김 할머니에게 1억 2000만원, 유족인 이씨에게는 325만 6000여원의 위자료를 각각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선고다. 미쓰비시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국내에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모두 14건에 이른다. 앞서 양금덕(85) 할머니 등 5명이 낸 첫 소송은 2015년 6월 광주고등법원에서 이미 승소한 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김재림·양영수·심선애 할머니와 유족 오철석씨 등이 낸 다른 소송의 1심 판결은 11일 열린다.

김 판사는 이날 판결문에서 1944년 동남해(도난카이) 대지진 때 무너진 공장 건물 더미에 깔려 숨진 최 할머니의 경우 지진으로 인한 사망 피해를 입은 다른 피해자들과 동일한 기준인 1억 5000만원의 배상액을 적용해 상속지분을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김 할머니는 같은 해 공중 폭격으로 팔과 가슴 등에 심한 화상을 입고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가 태평양 전쟁이 끝난 1945년 9월 귀국했다.

김 할머니와 최 할머니는 각각 초·중학생이던 1944년 “돈도 벌게 해주고 공부도 시켜 주겠다”는 말에 속아 일본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 제작소에 배치된 뒤 월급 한 푼 못 받고 강제 노역을 했다.

이씨는 “이번 판결로 딸(최 할머니)을 잃고 평생 시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할머니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게 됐다”며 “할머니 묘소를 찾아 승소 사실을 알리겠다”고 언론에 말했다. 이어 “시집올 때 혼수 이불을 선물로 가져왔으나 생전의 할머니가 ‘딸이 일본에 끌려가 죽었는데 어떻게 편히 이불을 덮고 잠잘 수 있겠느냐’며 거절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피해자들의 공동 법률대리인인 이상갑 변호사는 “빨리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야 이를 계기로 한·일 정부가 해결책 논의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2017-08-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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