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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3포세대’ 남성의 결혼 포기 이유는 ‘전통적 남성성’

가난한 ‘3포세대’ 남성의 결혼 포기 이유는 ‘전통적 남성성’

입력 2017-08-09 09:49
업데이트 2017-08-0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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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석사논문 “부양 부담 때문…‘생계는 남성 책임’ 규범 영향”

가난한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 세대’ 남성들이 생계를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전통적 남성성을 버리지 못해 연애와 결혼을 포기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 고려대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 대학원 사회학 전공 손지성씨는 석사 논문 ‘한국 빈곤층 남성들의 연애와 결혼 포기에 대한 연구’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손씨는 현재 무직이거나 단기계약직으로 일하는 20∼30대 남성 12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했다. 모두 최소 3년 이상 차상위계층이나 기초생활수급 가정을 둔 이들이었다. 동성애자는 제외했다.

연구 결과 인터뷰 대상 대부분이 가족의 생계를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남성 생계부양자 규범’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논문은 “생계 부양 능력이 약하면 생계부양자 규범에 대한 동의를 철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아들로서 생계를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밝혔다.

인터뷰 대상들은 만성적인 빈곤 속에서 자라면서 생존과 행복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는 태도를 갖게 됐고, ‘포기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이들에게 연애는 ‘포기할 수 있는 것’으로 분류됐다.

손씨는 “한국 사회 연애 풍조가 남성이 주도하는 소비 관행이 있어서, 비용 부담 때문에 연애를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일부 인터뷰 대상은 경제력의 대안적 자원으로 외모나 정서적 친밀감을 이용해 연애하기도 했다. 연애에서 소비 주체를 여성으로 전환하거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러한 연애가 장기화하거나, 경제력을 갖춘 경쟁자가 등장하면 관계를 종결시켜 버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인터뷰 대상의 상당수가 ‘앞으로 연애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자신의 미래를 전망했다.

일부는 이런 점을 오히려 낙관적으로 여기기도 했다. 연애 관계를 대체할 또래 집단이나 가족이 있는 경우, 혹은 접근성이 좋은 취미활동을 하는 경우 연애가 배제된 미래를 일종의 ‘자유’나 ‘기회’로 여기며 낙관했다.

이들은 저임금·저숙련 노동시장에서 여성들과 경쟁을 하면서 위기감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고, 일부는 여성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이들이 남성 연대의 한 방식으로서 ‘여성혐오’에 이르렀는지까지는 조사하지 못했다고 논문은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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