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난 뒤’ 詩 들으며 떠나다

‘연극이 끝난 뒤’ 詩 들으며 떠나다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입력 2017-09-07 22:38
수정 2017-09-08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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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마광수 전 교수 영결식

고 마광수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세상과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5일 별세한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5일 별세한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고인의 영결식이 열린 7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은 분노 섞인 울음과 흐느낌으로 가득했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영결식에는 연세대 13학번 제자의 트럼펫 연주곡 ‘대니 보이’가 울려 퍼졌다.

마 전 교수의 제자인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추도사에서 “선생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들도 선생님의 사고방식과 자유로움, 해박함에는 고개를 숙였던 것을 기억한다”면서 “선생님은 늘 가면을 벗을 솔직함을 강조했고, 그렇게 살아 오셨다”고 눈물지었다. 마 전 교수의 제자이자 마 전 교수가 필화를 겪게 한 그의 소설 ‘즐거운 사라’ 영화 제작을 추진했던 임장미 감독은 “(마 전 교수의 죽음은)사회적 타살”이라면서 “답답한 대한민국의 위선과 가식을 벗어던진 순수한 영혼이었던 사람을 감옥에 가둔 이 사회를 용서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날 영결식에도 문학계 인사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1992년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 당시 책을 낸 출판사 청하의 편집위원으로 고인 구명운동을 벌였던 하재봉 시인과 소설가 하일지, 김별아 정도가 눈에 띄었다. 다른 참석자들은 대부분 가족과 지인들, 그가 가르쳤던 1980년대 제자들이었다. 마 전 교수의 고교 동창이자 최근까지 가깝게 지냈던 심강일(67)씨는 마 전 교수의 생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의 시 ‘연극이 끝난 뒤’를 추도시로 낭송하며 친구를 떠나보냈다.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나요/ 잊혀질 것을 두려워하나요/ 아 어차피 인생은 연극인 것을/ 우리의 그 마지막 대사를/ 다시 한 번 외어 보아요/ 그래, 정말 보람이 있었수?”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7-09-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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