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갈 길 멀다는데…
남성 직장인에게 ‘육아휴직’은 여전히 금기어로 통하고 있다. 최근 육아휴직을 택한 남성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는 있지만, 휴직으로 인한 각종 불이익을 우려하며 아직은 ‘먼 나라 얘기’라고 인식하는 남성이 아직은 더 많은 현실이다.●육아휴직 급여 통상임금 100% 지급도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남성 육아휴직자는 510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53명보다 52.1%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전체 육아휴직자 4만 4860명 가운데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1.3%에 불과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과 ‘고용보험법 시행령’은 남녀 구분 없이 육아휴직 1년을 보장하고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40%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남성 육아휴직을 확대하기 위해 부모가 같은 자녀에 대해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두 번째 사용하는 사람(대체로 남성)의 육아휴직 3개월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로 지급하는 ‘아빠의 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회사가 육아휴직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육아휴직 중인 은행원 임모(28·여)씨는 “회사 내에서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면 승진할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같은 직장에 다니는 남편은 육아휴직을 썼다가 대리로 직장생활을 마감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육아휴직을 생각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모(30)씨는 “남자가 육아휴직을 쓴다고 하면 휴직 전에는 눈치를 주고, 복직 후에는 예상치 못한 부서로 발령을 내는 등 어려움이 많다”면서 “육아휴직이 법적으로 보장되더라도 회사 인사팀이 명확하고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고 관리해야 하는데 오히려 육아휴직을 못 쓰도록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견·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육아휴직에 대한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한 중견기업 사원인 박모(30)씨는 “일은 바쁘고 사람은 부족하다 보니 육아휴직은커녕 연차조차 제대로 못 쓰고 있다”면서 “일요일 출근도 허다한 데 육아휴직을 쓴다고 하면 ‘제정신이냐’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체 직원 이모(31)씨는 “중견기업의 통상임금이 대기업에 비해 낮다 보니 통상임금에 따라 산정되는 육아휴직 급여로는 생활하기가 어렵다”면서 “육아휴직을 안 쓰는 게 아니라 못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女 육아·男 소득… 가부장적 기업문화 변해야”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들은 육아, 남성들은 가정 내 소득을 책임진다는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기업 문화로 인해 남성 육아휴직이 실질적으로 확대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여러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이런 기업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7-09-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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