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법원은 모해위증 혐의로 기소된 권 의원에게 이날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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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박근혜 정부의 검찰이 권 의원에게 무리하게 위증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1일 모해위증 혐의로 기소된 권 의원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모해위증죄는 형사사건의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법정 증인이 허위 진술을 했을 때 처벌하는 조항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모두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에 무죄로 판단하는 게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우선 “증인의 증언이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인지는 증언의 단편적인 구절에 구애될 게 아니다”라며 “증언 전체의 취지가 객관적 사실과 일치되고 기억에 반하는 진술이 아니라면 사소한 부분이 불일치해도 위증이 될 수 없고, 법률적 평가나 단순한 의견에 지나지 않으면 허위 진술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김 전 청장이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못하게 했다”는 취지의 증언은 “피고인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인식한 내용을 증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김 전 청장은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던 권 의원에게 전화해 “검찰에서 영장이 기각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이 이를 영장 신청에 부정적인 경찰 수뇌부의 의사로 받아들였거나, 일종의 직무상 지시로 이해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권 의원은 “국정원 여직원이 컴퓨터 임의제출 당시 분석범위를 제한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도 증언했는데, 이 역시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로 보긴 어렵다고 봤다.
국정원 직원이 압수수색 당시 임의제출 동의서에 ‘3개월간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글에 대해서만 확인’한다고 기재했지만, 권 의원으로선 이를 임의제출 범위를 제한한다는 의사표시로 해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청이 컴퓨터 분석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이 지정한 파일만 열람하려 했다는 등 다른 증언들도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권 의원은 선고 직후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서 국정원에 파견된 검사들조차 수사방해에 일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데 그 당시에 얼마나 검찰이 편파적으로 사건들을 다뤄왔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더 정확한 실체가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축소·은폐해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경찰공무원법·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가 2015년 1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김 전 청장이 하급심에서부터 무죄 판결을 받자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 단체들은 권 의원을 모해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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