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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죄밖에…” 새해부터 직장 잃은 호텔 리베라 직원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새해부터 직장 잃은 호텔 리베라 직원들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1-02 13:57
업데이트 2018-01-0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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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위장 폐업…정상 영업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새해 첫날부터 실업자 신분으로 바뀌어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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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잠긴 문 앞에 선 노동자
굳게 잠긴 문 앞에 선 노동자 호텔 리베라 유성이 폐업에 돌입한 지 이틀째인 2일 오전 대전 유성구 호텔 리베라 유성에서 해고된 직원이 ’폐문’이라고 쓰인 출입구 앞에 서 있다. 직원들이 매일 드나들던 곳이지만, 출입구가 자물쇠로 잠긴 탓에 들어갈 수 없었다.
연합뉴스
호텔 리베라 유성이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에 돌입한 지 이틀째 되는 2일 오전 ‘폐문’이라는 안내문이 붙여진 출입문 앞에 선 직원 A(48)씨는 끝내 눈물을 훔쳤다.

호텔 측이 출입문에 자물쇠까지 걸어둔 탓에 A씨는 호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 출입문은 그가 군 전역 직후 호텔에 입사한 1992년부터 25년을 매일같이 드나들던 곳이다.

A씨는 첫 직장으로 호텔 리베라 유성에 들어와 업계 최저 수준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호텔 대부분 부서를 돌아다니며 일했다.

하지만 사측이 지난 1일부터 모든 영업을 중단하면서 직장을 잃었다.

그는 “제야의 종을 칠 때 다들 ‘새해가 왔다’며 환호했지만, 저는 새해부터 실업자 신분이 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며 “하루빨리 호텔이 정상화되고 유성 관광지구가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밖에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예년 같으면 시무식이 열렸을 이날 오전, 호텔 현관 앞에서는 해고된 노동자들의 투쟁 출정식이 열렸다.

호텔 리베라 노동조합원 70여명은 ‘갑질 폐업 철회’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적게는 1년부터 많게는 30년 가까이 호텔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이다.

이날 호텔에 들어가 정상적으로 일하는 ‘출근 투쟁’을 하기로 했지만, 출입문이 모두 자물쇠로 잠겨 있어 직원들은 호텔 내부로 들어가지 못했다.

한 해고 노동자는 “시무식을 하고 새 마음으로 일을 시작해야 할 날에 호텔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출정식을 하게 돼 참 씁쓸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현관 앞에 천막을 치고 투쟁본부를 마련했다.

노동자들은 이번 폐업을 ‘갑질 폐업’, ‘위장 폐업’으로 규정했다.

김희준 호텔 리베라 노동조합 위원장은 “호텔 측은 직원들에게 납득할만한 폐업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았고, 계속된 대화 요구에도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노동자들이 근로조건 후퇴를 감수하면서도 정상 영업을 요구했지만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2003년 호텔이 문을 닫았다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위장폐업이라는 판결이 난 뒤에야 재개장을 했었다”며 “당시 위장 폐업을 주도했던 관리자가 최근 다시 오면서 폐업이 결정돼 노동자들은 사측이 또 위장 폐업을 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고 시민을 상대로 정상화 촉구 서명 운동을 돌입하는 등 폐업이 철회될 때까지 싸우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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