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벗어나는 전기자전거…안전요건 준수 여부 ‘글쎄’

차도 벗어나는 전기자전거…안전요건 준수 여부 ‘글쎄’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2-23 09:42
업데이트 2018-02-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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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규 개정으로 3월부터 자전거 도로 주행 가능

오는 3월부터 법적인 안전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자전거가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됐지만 관련 요건의 준수 여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자전거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이 오는 3월 22일부터 적용된다.

현재 전기자전거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차도를 이용해야 한다. 자전거 도로나 인도를 달리면 안 된다.

법규 개정에 따라 전기자전거가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요건을 보면 사람이 페달을 밟아야만 전동기가 작동하는 ‘페달보조’(PAS) 방식이어야 하고, 오토바이처럼 핸들을 잡고 돌려 가속하는 스로틀 방식은 안 된다.

이밖에 최대 시속 25㎞, 전동기 출력 330와트, 전지 정격전압 DC 48볼트 이하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자전거의 무게도 30㎏을 넘으면 안 된다.

이런 기준을 어기면 관할 지자체가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런 법적 기준을 어떻게 확인하고, 적발 시 실제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낙동강 자전거 길 등 자전거 도로 인프라를 잘 갖춘 부산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인명사고가 가장 우려된다”며 “스피드건을 들고 자전거 도로를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출시된 상당수의 전기자전거는 오토바이 수준 못지않은 게 많다.

페달보조·스로틀 방식을 동시에 탑재한 것도 있고 기존의 자전거 페달이나 바퀴에 전동기를 다는 키트 형태의 제품도 있다.

일부에서는 기존 전기자전거의 전동기를 개조해 최대 시속이 50㎞ 이상을 넘어서기도 한다.

경남 거제에서 2011년부터 자전거 전문점을 운영하는 권기성(41) 씨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전기자전거 구매와 문의가 급격하게 늘었다”며 “전기자전거의 가격과 성능은 천차만별인데 법적 요건에 맞는 전기자전거는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달라지는 자전거법이 국내 전기자전거 산업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자전거 인구는 1천300만 명을 넘어섰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의 수도 2005년 20만5천100명에서 2015년에는 27만9천544명으로 36%나 증가했다.

전기자전거는 체력 문제나 신체적인 이유로 자전거 이용을 꺼리던 사람들이 부담 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돕는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최진호 교수는 “전기자전거는 미세먼지를 줄이고 친환경 교통수단을 활성화하려는 세계적인 추세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시행 초기라 현장에서 당분간 혼란이 있을 수 있고 차후에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전기자전거 제조업체와 협의해 제품에 안전인증 표시를 부착하고 국가과학기술표준원 인증을 받은 전기자전거 모델과 제조사도 발표할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개정안은 불법 단속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다”며 “향후 전기자전거 이용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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