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강제추행’ 혐의 적용…김소희 대표 성폭력 조력 혐의 못 찾아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는 21일 이 전 감독에 대해 상습강제추행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 전 감독은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여성 연극인 17명을 62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애초 16명의 연극인이 이 전 감독을 고소했고, 최근 1명이 추가로 고소장을 냈다. 경찰은 추가 고소 내용도 살펴보는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상습성이 인정돼 중죄에 해당하고, 외국 여행이 잦은 분이라 도주 우려가 있고 피해자를 회유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있다”며 영장 신청 이유를 밝혔다.
이 전 감독의 가해 행위 가운데 상당수는 2013년 성범죄의 친고죄 폐지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2010년 신설된 상습죄 조항을 적용하면 2013년 이전 범행도 처벌이 가능한 점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실제 상습죄 조항이 생긴 2010년 4월 이후 발생한 혐의 24건에 해당 조항을 적용했다. 다만 성추행이 아닌 성폭행은 상습죄 조항 신설 이전 발생한 것까지만 확인돼 혐의를 적용할 수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현행법상 직접적으로 처벌이 가능한 행위는 고소인 8명에 대한 24건으로 봤으나 이같은 행위가 상습적으로 이뤄졌음을 뒷받침하고자 구속영장 신청서에 17명의 피해사실을 모두 적시했다.
이 전 감독은 앞서 두 차례 경찰 조사에서 일부 혐의는 “기억나지 않는다”, “발성 연습이나 연기 지도 차원이었다”며 부인했으나 “피해자가 그렇게 말했다면 사실일 것”이라며 전반적으로는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애초 이날 오전 구속영장을 신청하려 했으나 고소인 측 변호인이 의견서를 보내겠다고 해 오후로 신청을 미뤘다. 경찰은 의견서에 이 전 감독 구속이 필요한 사유가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감독이 구속되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로 경찰 수사 대상이 된 이들 중 두 번째 구속 사례가 된다. 경찰은 앞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은 경남 김해지역 극단 대표 조증윤씨를 구속한 바 있다.
경찰은 이 전 감독의 행위를 방조하거나 조력한 이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극단 본부 등을 압수수색했으나 관련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이 전 감독의 성폭력에 조력했다는 의혹을 받은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에 대해서도 형사처벌할 만한 혐의는 포착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미투’ 운동이 확산해 많은 피해자가 용기를 내주면 현재 의혹 단계에서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사안들도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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