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경부·서울시, 재활용 수거업체 현황파악도 안했다

[단독] 환경부·서울시, 재활용 수거업체 현황파악도 안했다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18-04-03 22:42
업데이트 2018-04-04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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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당국… 李총리 “국민께 송구”

수도권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뿐 아니라 일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도 쓰레기 수거업체에 대한 현황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서울신문 취재 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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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대란 끝났을까
재활용 대란 끝났을까 수도권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의 폐비닐·플라스틱 등 수거 거부로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에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는 모습(왼쪽)과 3일 재활용품을 정상 수거하기로 하면서 같은 아파트에 쓰레기가 치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 관계자는 3일 “공공주택(아파트)과 계약한 수거업체 현황을 자치구별로 조사 중”이라며 “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70개 안팎의 업체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에서야 ‘폐비닐 관련 자치구 청소과장 회의’를 열고 25개 자치구를 통해 수거업체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쓰레기 대란이 오래전부터 예견돼 있었는데도 이제서야 현황 파악에 나섰다는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거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없는 데다 업체 대부분이 서울시가 아닌 경기도 외곽에 있다 보니 현황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아파트와 수거 업체 간 계약은 민간의 계약 관계여서 정부가 관리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다 보니 이번에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을 놓고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쓰레기 대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한 뒤 “지난해 7월부터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문제가 커진 뒤에야 부산을 떠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현재 아파트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고 계약을 맺은 업체는 1차 수거 업체다. 이들 업체가 재활용품을 가지고 가는 곳이 2차 선별 업체다. 하지만 환경부나 서울시가 수거 업체가 아닌 선별 업체 위주로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되레 현장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전날 환경부가 협의를 끝냈다고 거짓으로 밝혔던 48개 재활용업체 역시 선별 업체였다. 서울시가 수거 업체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최근 4개 업체 대표를 불러 입장을 들은 것이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소재 A 수거 업체 관계자는 “환경부나 서울시가 수거 업체들의 목소리는 쏙 빼고 대책을 내놓다 보니 아파트 현장에서는 혼란만 큰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압박하니까 선별 업체에서는 깨끗한 비닐만 수거하겠다는 식으로 대답하고 있는데 속으론 받고 싶지 않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경기도 소재 B 수거 업체 관계자는 “선별 업체가 요구하는 100% 깨끗한 비닐을 가져간다는 건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인 데다 ㎏당 200원을 선별 업체에 내고 배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반송될 위험이 큰데 처리 비용, 운반비, 인건비, 유류비까지 감당하면서 어떤 수거 업체가 비닐을 가져가려고 하겠는가”라고 성토했다.

서울시가 아파트에서 수거되지 않은 폐비닐은 자치구를 통해 수거하겠다고 전날 발표한 것을 놓고도 책임 떠남기기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이미 자치구의 공공 선별 업체는 포화상태라 아파트 물량을 받으려면 민간 업체를 이용해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서울시와의 간담회에서 분명히 자치구들은 당장 아파트 물량을 받기 어렵다고 호소했는데, 아무런 동의 없이 서울시가 발표해 버려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자치구에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2018-04-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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