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검·경 모두 ‘수사권 조정’에 불만

“벌써부터”... 검·경 모두 ‘수사권 조정’에 불만

입력 2018-06-21 12:43
수정 2018-06-21 12:4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자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의 1차적 수사권 및 1차적 수사종결권 부여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2018.6.21.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자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의 1차적 수사권 및 1차적 수사종결권 부여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2018.6.21.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부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대신 경찰 수사를 견제할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수사권 조정안을 21일 발표하자 두 기관은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청와대가 나서 ‘합의문’ 형식으로 조정안을 도출했지만 실제로 수사 환경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두고는 상반된 해석으로 맞서고 있어 논란이 오히려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경찰은 일단 환영했다. 경찰청은 공식 입장을 내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반영된 민주적 수사제도로의 전환”이라며 “수사·기소 분리의 사법 민주화 원리가 작동하는 선진 수사구조로 변화하는 데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또 “경찰과 검찰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뤄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본연 역할과 사명을 다하라는 뜻이기에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검찰은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에 대한 경찰의 권한만 확대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은 전무하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을 폐지하는 대신 도입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이 수사 실무에서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경찰에서도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경찰청은 수사권 조정을 환영하면서도 “검사의 직접수사가 폭넓게 인정된 점,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개선되지 않은 점 등은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사 일선에서는 논란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두 기관의 수사 담당자들은 누가 실질적 권한을 더 가지게 됐는지를 두고 입장차가 확연했다.

일선 검사들은 이번에 검찰에 주기로 한 보완수사 요구권이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를 냈다.수사 지휘권을 가져간 경찰을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보완수사 요구권은 1948년 미군정 때 한 차례 도입된 적이 있는 제도”라며 “당시에도 검찰 요구대로 보완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아 폐지된 후 검찰의 수사지휘권 제도가 도입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더라도 경찰은 정당한 이유만 되면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며 “정당한 이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는 경찰 수사를 통제할 방법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요구를 거부할 경우 검찰이 해당 경찰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권 조정 합의문 어디에도 직무배제나 징계요구권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검찰이 요구하더라도 경찰이 징계할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버리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언급했다.

대검 관계자도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권한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되면 경찰이 부실한 수사를 하더라도 검찰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향후 국회 입법과정에서 검찰의 경찰수사 통제권을 실효화하기 위한 수단이 집중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찰 일선에서는 “명분은 경찰이,실리는 검찰이 챙겼다”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영장심의위원회 설치, 1차적 수사종결권 부여 등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 정책이 실제로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이고 검찰이 쥐게 된 통제권한 때문에 부담만 커졌다는 것이다.

한 일선 수사경찰은 “지금도 수사 진행 중 검찰이 중간에 지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핵심은 검찰의 영장지휘이고 이 기능이 유지되는 이상 (수사지휘권 폐지 등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영장청구권은 현행 헌법상 검사가 독점하고 있어 개헌 전까지는 경찰이 영장을 발부받으려면 검찰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경찰과 검찰은 중요 사건 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종종 갈등을 빚어 왔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청구해주지 않았을 때 이의제기를 하는 수단으로 고검에 영장심의위원회를 두는 방안에도 경찰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한해 오가는 영장이 줄잡아 수만 건인데 매번 이의제기를 해서 위원회를 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영장은 강제수사가 시급할 때 필요한 것인데 증거인멸 시간만 주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한 간부급 경찰관은 “수사종결권은 사건기록 보관 주체를 경찰로 둘 뿐 경찰이 불송치하는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여전히 재수사를 지시할 수 있어 바뀐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