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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프리카’·‘서프리카’는 맞는 말?…“한국이 더 더워요”

[팩트체크] ‘대프리카’·‘서프리카’는 맞는 말?…“한국이 더 더워요”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8-01 11:59
업데이트 2018-08-0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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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도시들도 한국보다 기온 낮아…아프리카 북부지역은 40도 육박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친 신조어인 ‘대프리카’는 이제 낯설지 않은 표현이 됐다.

1일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소셜미디어(SNS)에서 대프리카가 언급된 횟수는 2013년 331건이었으나 이후 점차 늘어나 지난해에는 128배에 달하는 4만2천550건에 달했다. 올해도 지난 7월까지 대프리카 언급 횟수가 이미 3만1천389건에 이른다.

아프리카 인식 개선 활동 NGO(비정부기구)인 아프리카인사이트도 대프리카가 언급된 언론 기사가 올해 7월 한 달 동안 100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열섬 효과 등으로 다른 도시보다 기온이 높은 서울과 아프리카를 합성한 ‘서프리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대프리카나 서프리카는 조어의 정당성을 부여받기가 어렵다.

아프리카는 면적이 전 세계 육지의 약 20%에 해당하는 큰 대륙으로, 위도와 경도, 해발고도에 따라 기후가 다양하다.

사하라사막이나 보츠와나와 나미비아 일대에 걸쳐 있는 칼라하리사막 등은 낮기온이 40도를 훌쩍 넘어서지만 적도 인근의 도시조차 서울이나 대구보다 기온이 낮은 경우가 흔하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적도 인근에 자리한 르완다 수도 키갈리의 31일 최고기온은 26도, 최저기온은 17도로 나타났고 1일은 각각 26도, 16도로 예상된다.

역시 적도 인근인 우간다 수도 캄팔라는 1일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이 각각 27도, 18도를 기록할 전망이며, 31일은 각각 28도, 17도였다.

WMO가 집계한 30년 월평균 기온을 보면 키갈리는 최고기온이 26∼28도, 최저기온이 15∼16도로 1년 내내 큰 차이가 없으며, 캄팔라의 월평균 최고기온과 최저기온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키갈리와 캄팔라는 해발고도가 각각 1,450m, 1,190m 정도로 높아 선선한 편이다.

적도 인근이면서 저지대인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경우 이들 지역보다 기온이 높은 편인데 31일 최고기온이 31도, 최저기온이 21도를 나타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더운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에티오피아 북동부 달롤은 31일 최저기온이 32도, 최고기온이 44도였다. 단, 화산지대인 이곳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으며 소금 퇴적물과 함께 펼쳐져 열수(熱水) 평원의 신비로운 모습을 관찰하려는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사하라사막보다 위도가 높은 북부 아프리카로 가면 기온이 더 높아진다. 이 일대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연중 7∼8월이 가장 무덥다.

알제리에서도 북단에 자리한 도시 비스크와 이집트 카이로는 1일 최고기온이 각각 40도, 37도로 예보됐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39도로 예상되는 서울과 수원, 38도로 예보된 춘천·청주·대전·세종·전주·대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 체류 중인 아프리카 국가 출신은 대프리카나 서프리카와 같은 표현에 ‘억울함’을 호소한다.

에티오피아 출신 케디르 누레딘은 “아프리카도 덥긴 하지만 습기가 많지 않다”며 “한국의 더위는 에티오피아와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항상 미니 선풍기를 들고 다닌다”면서 “최근에는 검은 머리에 내리쬐는 햇살이 너무 뜨거워 열기를 조금이라도 피할까 싶어 노란색으로 염색도 했다”고 말했다.

수년째 한국에 사는 짐바브웨 출신 콤보라 빔비소씨도 “요즘 한국 날씨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라며 “대프리카라는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짐바브웨는 기온이 높아도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에 가면 시원한 편”이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겨울에 눈이 내릴 정도로 춥고, 사막 지역도 밤에는 기온이 확 떨어지는 등 아프리카도 지역마다 기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허성용 아프리카인사이트 대표는 “언론에서 처음으로 대프리카와 같은 표현을 쓴 뒤 시민들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 같다”면서 “‘아프리카는 덥다’는 일반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각 매체에서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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