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들,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 안해”…검찰 출석 전 대법원서 입장발표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여러 사람이 수사당국으로부터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서 참으로 참담한 마음”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게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고 따라서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다만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우리 법관들을 믿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며 “절대 다수의 법관들은 국민 여러분에게 헌신하는 마음과 법관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성실하고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자기들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저는 믿고 있다”며 “나중에라도 만일 그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고 제가 안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오늘 조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기억나는 대로 답변하고, 또 오해가 있으면 이를 풀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며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소명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 상황이 안타깝긴 하지만 앞으로 사법부가 발전하거나 나라가 발전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포토라인 대신 대법원 청사 앞에서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선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수사 과정에서 법원을 한 번 들렀다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관 블랙리스트 등 부당한 인사 개입이 없었다고 여전히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말해 결백 입장을 고수했다.
약 5분간 짧은 회견을 하는 동안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조합원들은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이 아닌 검찰 포토라인에 서야 한다”며 그의 사죄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대법 정문 인근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회견을 마친 뒤 곧장 승용차를 타고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6월1일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 놀이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을 전면 부인한 이후 7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 개입하고 ‘법관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 이날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전직 사법부 수장이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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