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그림 그려가며 자백…화성 9건 외에 살인 5건 더” [일문일답]

“이춘재, 그림 그려가며 자백…화성 9건 외에 살인 5건 더” [일문일답]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9-10-02 10:36
업데이트 2019-10-0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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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사진은 이춘재의 고등학교 재학시절 모습. 2019.10.1  독자 제공=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사진은 이춘재의 고등학교 재학시절 모습. 2019.10.1
독자 제공=연합뉴스
살인 14건·강간 등 성범죄 30여건 자백
군 전역한 86년 1월~94년 1월까지 범행
“스스로 범행 자백…그림 그려가며 설명”
경찰, 화성 인근 유사 사건 연관성 수사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화성 사건’ 9건을 포함한 14건의 범죄 외에도 30여건의 강간을 더 저질렀다고 자백했다고 경찰이 2일 공식 확인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발생한 10차례의 사건이다. 이 중 모방범죄로 드러나 범인이 검거된 8차 사건을 제외하면 총 9차례 사건이 오랜 세월 동안 미제로 남아 있었다.

이춘재는 화성 사건 9건 외에도 5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이다.

브리핑을 진행한 반기수 수사본부장은 “추가로 자백한 살인사건 5건의 발생 장소와 일시 등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 지금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사건 중 화성 일대에서 3건, 충북 청주에서 2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춘재는 살인 사건 외에도 30여건의 강간 및 강간미수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춘재가 자백한 범행은 그가 군대에서 전역한 1986년 1월부터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검거된 1994년 1월까지 8년 사이에 이뤄진 것이다.

경찰은 이춘재가 자발적 그리고 구체적으로 범행을 자백했다고 전했다.
이춘재(56)가 용의자 특정 13일만에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연합뉴스
이춘재(56)가 용의자 특정 13일만에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연합뉴스
경찰 관계자는 “경찰과 ‘라포르’(신뢰 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춘재가 지난주부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임의로 자백하기 시작했다”면서 “본인이 살인은 몇 건, 강간은 몇 건이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어떤 자료를 보여줘서 자백을 끌어낸 게 아니라 스스로 입을 열고 있는 것으로,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본인이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춘재가 오래 전 기억에 의존해 자백한 만큼 당시 수사자료 등에 대한 검토를 통해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있다.

아울러 10차 사건부터 역순으로 4차 사건까지 진행된 증거물에 대한 DNA 분석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3차 사건의 증거물에 대한 DNA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상태이다.

경찰은 지난 8월 화성 사건 5·7·9차 피해 여성의 유류품에서 나온 DNA와 50대 남성의 DNA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청주에서 처제를 강간·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서 25년째 수감 중이던 이춘재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모(56)씨가 1994년 처제 성폭행·살인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KBS 자료화면 캡처
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모(56)씨가 1994년 처제 성폭행·살인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KBS 자료화면 캡처
최근 이뤄진 4차 사건 증거물에서도 이춘재의 DNA가 검출됐다.

이춘재가 범행을 부인하자 경찰은 자백을 끌어내기 위해 수사관과 프로파일러를 이춘재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에 보내 총 9차례 대면조사를 해 왔다.

그 동안 대면조사에서 범행을 완강히 부인해 오던 이춘재는 경찰의 추궁 끝에 범행 일체를 시인했다.

경찰은 화성 사건 외에 이춘재가 털어놓은 범행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화성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과 이춘재와의 연관성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반 부장은 “현재 자백 내용에 대한 수사 기록 검토, 관련자 수사 등으로 자백의 임의성, 신빙성, 객관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이춘재가 몇 차 조사 때부터 자백했나? 그리고 자백 이유에 대해 진술받은 부분이 있나?

=자백한 시점은 지난 주다. 프로파일러와 라포르(신뢰 관계)가 형성된 상태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감정 결과를 제시한 게 자백을 하게 된 계기가 아닌가 판단한다.

Q. 라포르 형성을 위해 경찰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라포르라는 건 대상자와 프로파일러와의 충분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여러 과정을 거쳐 수사 대상자와 라포르가 형성됐다.

Q. 자백 과정에서 범행 동기 말했나?

=아직 (신빙성 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기를 말하는 건 성급하다.

Q. 구체적인 진술 내용은?

=임의성 있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이해해달라. 일단 본인이 구체적으로 살인 몇 건, 강간 몇 건 등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임의로 진술했다. 살인과 강간 부분에 대해 몇 건이고, 개별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진술하고 있으나, 오래된 일이고 본인도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사건마다 기억하는 일시, 장소 등에 편차가 있다.

Q. 자백을 번복할 가능성이 있는가?

=가능성을 추정해서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Q. 이춘재가 실토한 범행 기간은 언제인가?

군 제대 이후(1986년 1월)부터 처제 살인으로 검거되기 전(1994년 1월)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본인이 일시와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들이 상당히 있다.

Q. 4, 5, 7, 9차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류품에서 현재 DNA가 검출됐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증거물인가?

=구체적인 증거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

Q. 이춘재가 장기간 경찰의 수사망을 피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받은 진술은 무엇인가?

=아직 진술을 받거나 나온 건 확인되지 않는다.

Q. 공범이 있을 가능성 제기되나?

=공범 가능성 부분에 대해 답변 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

Q. 화성 연쇄살인 사건 9차 사건에서 발견된 정액을 감정한 결과 혈액형이 B형으로 나왔는데 이춘재는 O형이다.

=혈액형이 틀리게 나온 부분에 대해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Q. 이춘재가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에 대해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

=당사자의 기억을 구체적인 진술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시 파악하고 있는 유사 사건들에 대해 계속 확인해 나갈 예정이다.

Q. 수사 접견 초기 때 이춘재가 혐의를 부인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갔는데?

=경찰 언론 창구에서 이전까지 부인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 없다.

Q. 이춘재가 자백한 30여건의 강간 및 강간미수 사건 중 증거물에서 DNA 감정 의뢰한 게 있나?

=우선 화성 4차 사건의 증거물 DNA 결과를 통보받은 이후 추가로 국과수에 증거물 감정 의뢰했다. 지금 강간 및 강간미수 사건은 그 단계가 아니다.

Q. 강간 및 강간 미수 30여건에 대해 대상자가 수치를 자백한 것인지? 아니면 나름대로 관련 기록을 가지고 있었는지?

=본인이 범행 장소 등을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범행에 대해 일일이 기록한 건 없다.

Q. 자백한 사건에 대한 수사 기록 남아 있나?

=구체적인 진술을 한 부분에 대해 관련 수사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구체적이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계속 사건 기록을 확인할 예정이다.

Q. 성폭행 사건의 경우 수사 기록 자체가 없다고 알고 있는데?

=일단 전제가 수사 대상자가 진술한 강간과 강간미수에 대해 진술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 사람의 진술이 얼마나 구체적인지, 사건을 특정해야만 수사 기록을 확인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Q. 이춘재가 자백할 때 경찰에 따로 요구한 부분이 있나?

=자세한 면담 내용은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

Q. 교도소에서 자신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하고 있나?

=현재 독방에 수감 중이며 언론 접촉을 제한하고 있다.

Q. 경찰 수사 이후 가족이나 지인 등 접견이 이뤄진 적 있는가?

=수사 접견 초기 때부터 교도소에 요청해 가족이나 지인의 접견을 제한했다.

Q. 현재까지 참고인 조사는 몇 명이나 이뤄졌는가?

=특정할 수 없다.

Q. 본인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진술 내용 등을 확인해 줄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첫번째는 아직 DNA 감정이 종료되지 않았다. 두번째는 오래된 사건에 대한, 기억에 의존한 진술이기 때문에 그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확인하는 절차는 필요하다. 구체적인 진술 내용을 끌어내야 한다. 아직 사건 내용에 관해 확인하고 있는 단계다.

Q. 현재 이춘재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에서 경기남부청과 가까운 교도소로 이감할 계획은?

=필요할 경우 검토할 예정이다.

Q. 현재 구성된 수사본부 자문위원은?

=교수 등 6명으로 이뤄졌다.

Q. 앞으로 수사 계획은?

=추가적인 자백을 듣기 위해 계속 접견할 예정이다. 일차적으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을 최우선 목적으로 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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