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항만 등도 노후화 2배 껑충
30년 넘은 댐도 이미 64% 달해
안전 예산은 되레 수조원 줄어
“국민 생명 직결… 관리강화 시급”
현실이 된 기후변화 탓에 우리나라에도 집중호우와 태풍, 폭염 등이 더 빈번해지면서 교량, 터널, 댐 등 공중 시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10년 뒤 국내 교량 중 절반이 노후화할 전망인데 안전 점검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이런 내용은 서울신문이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기후변화에 따른 시설물 안전관리체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담겼다. 보고서는 국토부의 의뢰로 국토안전관리원과 한국구조물진단유지관리공학회가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교량의 노후화율(준공한 지 30년 이상 된 비율)은 17.9%(5662개)인데 10년 뒤에는 49.7%(1만 5752개)로 급증하게 된다. 또 ▲터널(13.2→30.8%) ▲항만(21.5 →49.8%) ▲상하수도(18.9→43.3%) ▲하천(20.4→43.9%) 등도 10년 내 급격히 낡는다. 특히 댐은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시설이 많아 이미 노후화율이 63.5%에 이른다. 임치성 국토안전관리원 과장은 “보통 콘크리트 수명(탄산화해 강도가 약해지는 주기)이 30~50년 정도여서 지어진 지 30년이 넘으면 노후화 시설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낡은 시설물은 특히 집중호우를 견디지 못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0년 장마 기간은 54일(중부지방 기준)로 1973년 이후 가장 길었다. 또 태풍, 집중호우 탓에 기반시설 붕괴 등의 사고로 46명이 사망·실종하고 1조 371억원의 재산 피해를 남겼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설물 관리에 드는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예컨대 교량은 2001~2010년에 약 34조원의 유지관리비용을 썼지만 2010~2020년에는 23조원가량으로 떨어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안전도가 떨어지는 D·E등급 시설물의 보수·보강 조치 의무를 법에 규정하는 등 극한기후에 대비해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 의원은 “기후변화 탓에 국민 생명과 직결된 공중시설물 안전이 위협받는 사건이 이미 벌어지는 만큼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대근 기자
2022-02-10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