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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로 비행기 ‘윙 윙’ 나는데 왜 빼냐”…첫 군소음보상 대혼란

“지붕 위로 비행기 ‘윙 윙’ 나는데 왜 빼냐”…첫 군소음보상 대혼란

이천열 기자
이천열 기자
입력 2022-03-08 11:12
업데이트 2022-03-0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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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비행기가 3개 마을 상공만 날아다니냐” “문 꼭꼭 닫는 늦가을에 1주일만 소음 측정하고 정하냐” “지붕 반쪽만 대상에 들어간 집도 있다” “사격장 바로 앞집만 1종 받고 나머지는 왜 다 3종인 것이냐”

올해 처음 시행하는 군소음 피해보상을 놓고 주민이 반발하는 등으로 극심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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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둔포면 주택 바로 위로 인근 평택 미국기지에서 이륙한 침투형 헬기 시누크가 굉음을 내며 비행하고 있다. 둔포면군소음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충남 아산시 둔포면 주택 바로 위로 인근 평택 미국기지에서 이륙한 침투형 헬기 시누크가 굉음을 내며 비행하고 있다. 둔포면군소음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윙 윙~’. 이, 비행기 소리 들리시죠” 백락순(65) 충남 아산시 둔포면군소음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휴대전화 너머로 이같이 말하면서 “둔포면 인구가 2만 9000명인데 군소음 보상을 700명만 받는다. 군비행기가 면 전체 상공을 날아다니는데 3개 마을만 소음이 들린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둔포면은 서울 용산 미8군, 경기 의정부·동두천 등 미군기지가 이전한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K-6)와 1.5㎞ 떨어져 있다.

백씨는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아파치, 시누크, 무인 정찰기 등 군헬기와 비행기가 30번을 뜨고 내릴 때도 많아 술에 취해 잠을 자도 소음 때문에 깜짝 놀라 깬다”면서 “보상 기준이 들쭉날쭉하고 소음측정도 과학적이지 않다”고 비난했다. 여름이 아니라 문을 꼭꼭 닫는 늦가을에 1주일만 소음 측정하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마감한 둔포면 군소음 보상 신청은 대상자 707명 중 450명에 그쳤다.

둔포면 관계자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마을 주민, 카페 주인 등 수백명이 ‘우리는 왜 빠졌냐’ ‘쥐꼬리만한 돈을 주느니 차라리 도로나 교량을 만들어달라’ 등을 요구하는 탄원이 계속 들어온다”고 했다.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방지 및 피해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달 지급하는 보상금은 1종 6만원, 2종 4만 5000원, 3종 3만원이다. 군비행장 소음은 ‘웨클’ 기준으로 1종 95 이상, 2종 90~94, 3종 80~89이다. 민간항공기 보상 기준 75웨클보다 높고, 대부분 3종으로 분류됐다. 군사격장 소음은 데시벨로 1종 82~94, 2종 77 이상, 3종은 69 이상이다. 60 데시벨이 넘으면 수면 장애를 낳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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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둔포면군소음비상대책위원회 주민들이 지난 4일 아산시를 방문해 시가 군소음 피해 보상 문제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둔포면군소음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아산 둔포면군소음비상대책위원회 주민들이 지난 4일 아산시를 방문해 시가 군소음 피해 보상 문제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둔포면군소음비상대책위원회 제공
해미 공군비행장이 있는 서산도 보상신청 마감 전까지 “지붕 위로 비행기가 ‘슝슝’ 날아다니는데 제외된 이유를 모르겠다” 등 불만을 쏟아내는 전화로 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이 때문인지 신청자가 1만 600명으로 대상자의 두 배에 이르렀다. 이곳 소음피해 보상 대상자는 50개 마을에 총 5500명이다.

문영식 서산시 주무관은 “1종 100명, 2종 300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3종으로 분류됐다”며 “혹시나 해서 신청하는 사람도 있지만 공군 관사에 사는 군가족도 일부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 장교와 하사관 등 직업군인은 보상 대상이 아니다”고 전했다. 문 주무관은 “국방부가 자치단체에 보낸 소음등고선을 보면 같은 아파트단지인 데도 앞동은 들어갔는데 뒷동은 빠지고, 특히 지붕 반쪽만 들어간 주택도 있다”며 “마을이나 하천, 도로 등 명확한 기준으로 나눠 대상자를 결정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천·웅천 등 사격장 두 곳이 있는 보령시는 대상자 2615명에 모두 3010명이 신청했다. 대천사격장에서 300m 떨어진 손모(82)씨는 “벽에 금이 가고 굉음에 잠 깨기 일쑤”라며 “소음 크기로 1~3종을 정한다는데 우리 마을에서 사격장 바로 앞집만 1종 받고 나머지는 왜 다 3종이냐”고 침울해했다. 웅천사격장은 1종이 단 한 명도 없다. 나기석 보령시 주무관은 “시행 첫해이긴 해도 너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 소음보상에서 제외된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 등 주민들은 집단 반발 중이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군청이 연 설명회에서 “40년 넘게 소, 돼지가 소음에 죽은 새끼를 낳아 가축을 아예 못 기르고 있는데, 설명회에 국방부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고 비난하며 모두 퇴장했다.

군소음 보상은 자치단체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5월 통보하고 8월부터 지급할 예정이다. 전국 군소음 피해 보상 대상자는 군비행장 41곳과 군사격장 49곳 등 총 90개 지역, 47만 1000여명에 이른다.

국방부는 이날 서울신문에 “보상 기준이 건축물이어서 같은 아파트단지일지라도 동 위치에 따라 포함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며 “소음영향도 조사는 5년마다 실시하도록 해 재측정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아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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