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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공, 요양사, 인쇄업자도 모였다···세월호 8주기 앞두고 합창단 만든 안산 시민

정비공, 요양사, 인쇄업자도 모였다···세월호 8주기 앞두고 합창단 만든 안산 시민

곽소영 기자
곽소영 기자
입력 2022-03-27 13:51
업데이트 2022-03-2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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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8주기 앞두고 시민 추모 행렬
안산 시민들 모여 합창 문화제 참여
‘기억하자’는 메시지 쉽게 나눌 수 있어
“오래 함께해줘서 감사해” 유가족도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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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박정화씨가 24일 세월호 8주기 추모 합창 뮤지컬 ‘다시, 빛’에 참여하는 천인합창단의 연습 현장에 방문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단원고 2학년 9반이었던 고 조은정 양의 어머니인 박씨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동참이 필요하다며 오랜 시간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곽소영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박정화씨가 24일 세월호 8주기 추모 합창 뮤지컬 ‘다시, 빛’에 참여하는 천인합창단의 연습 현장에 방문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단원고 2학년 9반이었던 고 조은정 양의 어머니인 박씨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동참이 필요하다며 오랜 시간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곽소영 기자
‘결코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노래로 전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시민이 모였다. 20일 뒤인 세월호 8주기 추모 문화제에서 합창 뮤지컬 ‘다시, 빛’을 준비하고 있는 천인합창단의 이야기다.

천인합창단은 4·16안산시민연대 등 세월호 참사 8주기 안산지역준비위원회가 주관하고 400여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완성됐다.

지난 24일 오후 7시 경기 안산시 상록구에서 천인합창단의 부분 연습이 진행됐다. 키보드 반주에 맞춰 대중가요인 ‘만남’부터 민중가요인 ‘노래만큼 좋은 세상’ 등을 부르는 22명의 목소리가 빈 강당을 가득 채웠다.

연습이 진행되는 2시간 동안 단 5분만 주어진 휴식 시간에도 합창단원들은 유튜브로 노래 영상을 찾아보는 등 연습에 열중했다.

각자 생업을 마치고 모인 합창단원들은 주머니에서 돋보기안경을 꺼내 쓰고 악보 위에 지휘자의 말을 메모하는 등 지친 기색 없이 열의를 보였다. 듬성듬성 흰머리가 보이는 50~60대 참가자들은 손으로 무릎 위를 두드리거나 발을 까딱이며 열심히 박자를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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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8주기 추모 문화제에서 천인합창단으로 참가하는 김승현(51)씨가 24일 합창곡인 ‘만남’의 악보를 들여다 보고 있다. 자동차 정비 업무를 마친 퇴근 시간 짬을 내서 참여했다는 김씨는 합창을 통해 세월호 참사가 잊혀지지 않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곽소영 기자
세월호 8주기 추모 문화제에서 천인합창단으로 참가하는 김승현(51)씨가 24일 합창곡인 ‘만남’의 악보를 들여다 보고 있다. 자동차 정비 업무를 마친 퇴근 시간 짬을 내서 참여했다는 김씨는 합창을 통해 세월호 참사가 잊혀지지 않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곽소영 기자
최근 일이 몰려 바쁜 가운데 짬을 내서 참여했다는 자동차 정비공 김승현(59)씨는 “국민 사이에서 세월호 참사가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한 가지 마음으로 이번 8주기 공연에 참가하게 됐다”며 “원래 교회에서 성가대를 하는 등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는데 합창이라는 작은 노력으로도 세월호 참사의 현재 상황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연습에 참여한 요양보호사 석혜수(61)씨는 “참사가 안산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늘 남 일 같지 않았고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부모 입장에서 세월호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노래는 못해도 좋은 마음으로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안산에서 인쇄업을 하는 최미자(53)씨는 “제가 단장으로 있는 동호회 ‘울리메합창단’에 8주기 합창 공연에 참여하자고 제안했더니 약 40명의 단원이 뜻을 모아 선뜻 함께해 줬다”며 “여전히 코끝이 찡한데 1년에 한 번씩 추모 행사를 통해 기억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연습이 시작되기 전 단원고 2학년 9반 조은정 학생의 어머니인 유가족 박정화(55)씨가 현장을 찾아 감사의 말을 전했다. 스스로 ‘전투복’이라고 부르는 노란 외투를 입고 찾아온 박씨는 “주변에선 이제 8년이 됐으니 그만 좀 잊으라고 하는데 봄꽃이 필 때마다, 교복 입은 아이들을 볼 때마다 딸 생각이 난다”며 “새 정부에서도 진실규명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싸워야 하는데 세월호를 잊지 않고 오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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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8주기 추모 문화제에서 합창 뮤지컬 ‘다시, 빛’에 참가하는 천인합창단원이 24일 연습 시간 합창곡 ‘노래만큼 좋은 세상’의 악보를 들여다보고 있다. 곽소영 기자
세월호 8주기 추모 문화제에서 합창 뮤지컬 ‘다시, 빛’에 참가하는 천인합창단원이 24일 연습 시간 합창곡 ‘노래만큼 좋은 세상’의 악보를 들여다보고 있다.
곽소영 기자
천인합창단은 세월호 5주기 추모제가 있던 2019년 1400명의 합창단이 모여 유가족 앞에서 공연을 했던 데서 비롯됐다. 2년간 온라인 퍼포먼스 챌린지 등 비대면, 비접촉 형식에 맞는 문화제를 기획해 왔지만 올해는 시민 합창단과 전문 배우가 함께 뮤지컬을 선보일 예정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시민 분향소의 모습과 안산에서 67일간 진행됐던 진상규명 촛불 집회 등의 이야기가 담긴다.

뮤지컬을 기획한 정은진 안산민예총 사무국장은 “세월호를 추모하는 각자의 방식이 ‘안타깝다’ 정도의 소극적인 사람부터 ‘뭐든 해야지’ 하는 적극적인 사람까지 누구나 함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추모 방식이라고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뮤지컬 ‘다시, 빛’은 8주기 하루 전날인 오는 4월 15일 촛불 집회가 있었던 안산기억공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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