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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입장 갈리는 가습기살균제 조정안… 진통 불가피

피해자 입장 갈리는 가습기살균제 조정안… 진통 불가피

박상연 기자
박상연 기자
입력 2022-03-30 21:56
업데이트 2022-03-31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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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개 단체 중 7곳 조정안 거부
일각 “무조건 조속 해결” 기류
‘3개월 내 50% 동의’ 조건 난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27일 서울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규모 정밀 추산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모습. 연합뉴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27일 서울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규모 정밀 추산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모습.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최종 조정안이 11년 만에 나왔지만 피해자들 간 입장이 크게 갈려 동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6개월간 진행된 조정 작업에 참여한 피해자 단체는 27개로 이 가운데 20개 단체만 조정안을 받아 본 것으로 30일 파악됐다. 나머지 7개 단체는 조정안을 받아 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종 조정안을 마련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조정 대상자인 7027명(지난 2월 28일 기준)에게 동의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채경선(47)씨는 이날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조정안으로 현재 조정안에서 정한 보상금 9500억원 규모는 피해자가 아닌 기업이 고수해 온 최소한의 금액”이라며 “피해자도 수용할 수 있는 합의여야 의미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가습기살균제 피해 유족인 김태종(68)씨는 “피해자들은 참사를 공식 인정받기 전부터 최대 20년이 넘게 홀로 싸워 온 상태로 많이 지쳐 있다”면서 “일부 피해자는 ‘돈도 지겹고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다’거나 가족을 잃은 슬픔에 대해 이야기 자체를 꺼리는 분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적어도 생존 피해자의 경우 앞으로 치료비를 걱정하지 않고 회복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지만 이 부분이 고려되지 않은 조정안”이라며 “연령과 피해 정도를 기계적으로 분류해 불과 몇 개월 차이로 보상액이 5000만원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고, 연령별 차등 보상액을 규정한 터라 합병증 등 위험이 많은 고령 피해자의 보상은 적다”고 덧붙였다.

조정위는 피해자 단체와 제조·유통 기업 사이에서 조정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민간 차원에서 구성됐고, 6개월 만에 조정안을 도출했다. 대형 참사에 대한 첫 사적 조정이란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참사의 특성을 폭넓게 고려하지 못한 탓에 피해자 간 갈등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7000명이 넘는 피해자의 여건과 피해 회복 정도에 대한 이해 없이 일회성 보상책을 제안하거나 이를 ‘3개월 내 동의’해야 한다는 성립 조건을 달아 둔 게 대표적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행정·사법·입법이라는 시스템이 모두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방치해 온 상황에서 홀로 버티는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몰아가는 기울어진 논의로, 진정한 의미의 조정이나 합의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조정위 관계자는 “3개월 후 과반이 동의하지 않아 조정이 결렬됐을 때의 대안은 현재 가지고 있지 않다”며 “그럴 경우 양 당사자의 의견을 묻고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박상연 기자
2022-03-3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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