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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레이싱도 했다”…뜀박질 등 ‘무법천지’ 보령해저터널

“자동차 레이싱도 했다”…뜀박질 등 ‘무법천지’ 보령해저터널

이천열 기자
이천열 기자
입력 2022-03-31 11:46
업데이트 2022-03-3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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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단독보도(3월 3일자)로 알려진 국내 최장 보령해저터널에서의 위험천만한 행위는 뜀박질과 오토바이족 폭주에 그치지 않고 제한 속도의 두 배에 이르는 자동차 레이싱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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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0대 남녀 친구들이 보령해저터널 속에 차를 세운 뒤 뜀박질을 하고 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제공
지난 2월 20대 남녀 친구들이 보령해저터널 속에 차를 세운 뒤 뜀박질을 하고 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제공
충남경찰청 교통범죄수사대는 31일 해저터널 속에서 자동차 레이싱을 벌인 A씨 일행 3명과 뜀박질을 한 B씨 일행 3명 등 모두 6명을 도로교통법상 공동위험행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A씨 등 3명은 지난 1월 30일 오전 3시쯤 충남 대천항 방면에서 보령해저터널로 진입해 롤링 레이싱을 벌였다. 편도 2차선에서 2명이 한 차선씩 달리고 나머지 1명이 뒤쫒으며 심판을 봤다. 이들은 수면 아래 80m를 지나는 6927m의 터널 길이를 2㎞여씩 나눠 상대를 바꾸면서 3차례 경기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속도가 시속 120㎞를 넘나들었다. 터널 제한속도는 시속 70㎞이다. 선후배 사이 20대인 이들은 충북 청주에서 외제차인 BMW 승용차 1대와 국산 승용차 2대를 각각 끌고와 이런 불법 행위를 벌였다.

이들은 경찰에서 “대천으로 바람을 쐬러왔다 바다 속으로 깊이 뚫린 도로가 신기해서 재미 삼아 자동차 경주를 해봤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터널 중간중간에 설치된 무인단속 카메라를 피해 달려 그나마 이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안다”면서 “시합을 하느라 10분 넘게 걸려 터널을 빠져나갔다”고 했다.

B씨 등은 지난 2월 5일 오전 2시쯤 대천항쪽에서 보령해저터널로 진입한 티볼리 승용차가 2.6㎞ 지점에서 멈추고 차에서 내린 남성이 터널 속 도로에서 400m쯤 달리기를 하다 경찰과 터널 관리사무소 직원이 쫒아오자 원산도 방면으로 도주했다. B씨 등은 경찰 소환조사에서 “신기해서 달리기를 해봤으며 ‘바다 속에 있다’고 인증샷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싶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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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보령해저터널 속을 떼지어 달리고 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제공
지난 2월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보령해저터널 속을 떼지어 달리고 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제공
같은달 13일 오후 2시 38분쯤에는 오토바이를 탄 10여명의 라이더가 보령해저터널로 진입한 뒤 줄지어 내달리다 원산도 입구에서 해저터널 관리소 직원이 깃발을 흔들며 ‘정지’할 것을 계속 요구하는 데도 무시하고 그대로 달아나는 등 지난해 12월 1일 해저터널 개통 후 적발된 불법 행위가 20건이 넘는다.

보령경찰서는 터널 개통 전 심의위원회를 열어 오토바이, 자전거, 보행자, 손수레, 트랙터와 이앙기 등 농기계, 저속 건설장비(지게차 등)의 통행금지를 결정했다. 체증과 대형 사고를 유발한다는 이유다.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레이싱과 뜀박질 등 공동위험행위 죄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에 처해진다”면서 “라이더들의 불법 행위는 소송을 냈다고 해 처벌을 위해 법률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륜자동차시민단체총연합회는 “보령해저터널이 국도(77호)인 만큼 오토바이 통행을 막는 것은 ‘경찰서장 권한남용’이다”라면서 통행금지 처분 취소 소송을 내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보령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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