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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물가에 도시락도 사치… 빈자의 밥상에 건강은 없다

미친 물가에 도시락도 사치… 빈자의 밥상에 건강은 없다

곽소영 기자
곽소영 기자
입력 2022-07-20 22:26
업데이트 2022-07-21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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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굶고 김밥·두유로 점심
몇달간 고기·과일 꿈도 못 꿔
“기초생활급여 기준 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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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을 받는 권오승씨가 지난 19일 먹은 점심. 권씨는 이날 아침을 굶고 점심은 편의점 김밥과 두유로 대신했다. 권오승씨 제공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권오승씨가 지난 19일 먹은 점심. 권씨는 이날 아침을 굶고 점심은 편의점 김밥과 두유로 대신했다.
권오승씨 제공
식재료 물가가 치솟으면서 기초생활수급자나 쪽방촌 주민 등 저소득층의 밥상이 타격을 받고 있다. 고령에 지병이 있는데도 균형 있는 식단을 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급여의 기준이 되는 기준중위소득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강북구에서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권오승(64)씨는 하루 점심과 저녁 두 끼만 먹는다. 지난 19일에도 아침을 거른 뒤 편의점 김밥 한 줄과 삼각김밥 한 개, 두유 한 병으로 점심을 때웠다.

권씨는 20일 “물가가 오르기 전에는 그래도 반찬 가짓수가 많은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먹었는데 지금은 부담이 돼서 김밥을 주로 사 먹는다”며 “그마저도 편의점 김밥 한 줄이 2500원으로 올라 1500원짜리 삼각김밥과 빵 등 값싼 종류로 2~3개씩 사 먹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당뇨병과 고혈압, 역류성 식도염을 앓는 권씨에게 균형 잡힌 식생활은 필수지만 치솟은 물가에 영양소를 따지는 것은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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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을 받는 권오승씨가 지난 19일 먹은 저녁 밥상. 권씨는 “가장 즐겨 먹는 닭고추장조림에는 원래 무가 들어갔지만 높은 물가 때문에 무는 생략했다”고 밝혔다. 권오승씨 제공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권오승씨가 지난 19일 먹은 저녁 밥상. 권씨는 “가장 즐겨 먹는 닭고추장조림에는 원래 무가 들어갔지만 높은 물가 때문에 무는 생략했다”고 밝혔다.
권오승씨 제공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올라 외환위기 이후 23년 만에 최대치로 치솟았다. 그러나 올해 기초생활수급비 지급 기준이 되는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은 5.02%에 불과하다.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에 사는 강홍렬(65)씨는 최근 두부전골을 요리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평소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계란 프라이를 챙겨 먹었지만 계란값이 오르면서 대신 두부 한 모로 전골을 끓여 2~3일 동안 먹기 때문이다.

당뇨가 심한 강씨는 지난달 다리가 괴사해 수술까지 했지만 한 달 수급비 58만원 중 저축 등을 제외한 18만원으로 식단 관리까지 하기엔 빠듯한 상황이다.

강씨는 “가끔 돼지고기를 먹는 날도 있는데 그런 날엔 한 끼만 먹고 굶는다”며 “식비를 아끼려 요리를 직접 해 먹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배부르게 먹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부터 4월 19일까지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기초법공동행동)이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을 받는 25가구를 대상으로 가계부를 조사한 결과 1인 가구의 하루 평균 식비는 8618원에 불과했다. 이 중 9가구는 두 달간 육류를 한 번도 구입하지 않았고 14가구는 생선 등 수산물을, 9가구는 과일을 한 번도 구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초법공동행동은 지난 19일 중위기준소득을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내년도 중위기준소득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고물가 상황에서 사실상 식비만이 저소득층이 유일하게 줄일 수 있는 비용”이라며 “올해 1인 가구의 기준중위소득이 현실적이지 않은 데다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문제까지 겹쳐 있다”고 지적했다.
곽소영 기자
2022-07-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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