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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사건’ 657명 사망 첫 확인… “국가가 인권 침해 묵인”

‘형제복지원 사건’ 657명 사망 첫 확인… “국가가 인권 침해 묵인”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22-08-25 01:38
업데이트 2022-08-2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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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35년 만에 진실규명

사망자 105명 추가로 드러나
문건엔 ‘교도소보다 강한 통제’
정신과 약물 강제 투약 정황도

“정부, 피해자·유가족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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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 최승우(왼쪽 두 번째)씨가 24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규정짓고 정부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연합뉴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 최승우(왼쪽 두 번째)씨가 24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규정짓고 정부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연합뉴스
부랑인 단속을 이유로 불법 구금해 강제노역을 시키고 가혹행위를 했다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국가 기관이 처음으로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결론 냈다. 1987년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35년 만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4일 서울 중구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1차 진실규명 결과를 발표하고 정부에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할 것과 피해회복과 트라우마 치유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당시 수사 기록과 시설별 아동카드, 신상기록카드, 보안사령부 문건, 정신과 약물투입 목록 등 다수의 자료를 통해 형제복지원이 설치·운영되는 데는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과 인권침해에 대한 묵인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1987년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의 ‘부랑인시설운영개선방안’에는 “복지시설에서 보호관리하면서 사회적응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 공공의 안정질서와 개인의 보호 차원에서도 불가피한 일” 등 법적 근거가 없으면서도 강제 구금의 정당성을 피력하는 부분이 드러나 있다.

1986년 5월 8일 보안사령부가 작성한 문건에는 형제복지원을 ‘교도소보다 더 강한 규율과 통제로 재소자 대부분이 탈출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곳’으로 설명하는 등 정부도 인권침해 실상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도 기존에 알려진 552명에서 105명이 추가 확인돼 657명으로 늘어났다. 수용자를 길들이기 위해 정신과 약물을 과다 투약한 정황도 드러났다. 1986년 복지원에서 1년간 구입한 ‘클로르프로마진’(조현병 환자의 증세 완화제)은 총 25만정이었는데 이는 1년간 342명이 매일 2회 복용할 수 있는 양이라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이승재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말을 안 듣는 사람에게 일종의 징벌로 ‘화학적 구속’을 해 정상적 수용자를 망가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권고가 강제가 아닌 데다 권고 이행 주체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근식 위원장은 “권고는 국가가 상당한 책임을 가지고 이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사과의 주체는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가 피해자들이 지난해 5월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피해자 이향직씨는 “당시 입소·상담카드 서류도 대한민국이 만들었고 관리도 분실도 대한민국이 했는데 우리한테 그 서류를 가져오라고 한다”면서 “피해자 입증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신융아 기자
2022-08-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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