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시설 태부족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시설 태부족

이태권 기자
입력 2022-09-04 22:32
업데이트 2022-09-05 08:2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대체역 돼도 최대 3년 소집 대기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가 도입된 지 2년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부족해 길게는 최대 3년까지 복무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대체역으로 소집을 기다리고 있는 누적인원은 2020년 12월 624명에서 지난 4월 1436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대체복무제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8년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10월부터 시행됐다.

대체역 심사를 통과한 대체복무요원은 3주 교육 후 구치소와 교도소 등 교정시설에서 36개월간 합숙하며 식자재 운반, 조리·배식 등 급식 업무나 물품관리, 교정교화, 보건위생, 시설관리 업무 등을 맡아 복무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교정시설에서 대체복무를 하려 해도 복무할 시설이 부족해 소집 대기가 길어지고 있다. 대체복무는 내무생활을 하는 현역과 마찬가지로 출퇴근이 아닌 합숙 복무만 가능하다 보니 교정시설에 추가로 합숙시설을 짓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1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해 대체복무로 편입된 인원의 경우 소집 대기 기간이 약 1년 2개월에서 최대 3년인 것으로 분석했다.

당초 법무부는 올해까지 총 32곳의 시설을 열어 1620명의 대체복무요원을 소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개소가 늦어지면서 3년 뒤인 2025년까지 34개 기관에서 1680명 정원을 운영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현재 가동 중인 대체복무시설은 부산·목포·대전교도소 등 19곳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사 과정에서 무연고 묘지가 발견되거나 그린벨트 변경 용역 등으로 기간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대체복무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역(육군 기준 18개월)의 2배인 3년을 복무해야 하는 대체역은 대기 기간까지 합치면 최대 6년이 지나서야 병역이 끝난다. 학업까지 고려하면 사회 진출이 상당히 늦어지는 셈이다.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한창 취업과 결혼 등 미래 계획을 세워야 하는 청년층으로서는 복무 대기가 길어질수록 사회 진출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병무청은 제도 초기의 일시적 현상이란 입장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심사가 초기에 몰려 대기가 발생한 것”이라며 “실제 대기자 중에는 학업 등을 이유로 스스로 연기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군 복무 회피 목적의 양심적 병역 거부가 급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대체복무 수요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체복무 분야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체역 심사위원을 지낸 최재석 전 고등군사법원장은 “소방이나 요양시설 등으로 대체복무 분야를 다양화할 수 있도록 대체역법 개정을 국회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태권 기자
2022-09-05 1면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 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