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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코비드·코로나 레드… 공급자 중심 용어에 아픈 머리 더 아파[모두에게 통하는 우리말]

네버 코비드·코로나 레드… 공급자 중심 용어에 아픈 머리 더 아파[모두에게 통하는 우리말]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22-09-07 20:44
업데이트 2022-09-08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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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보건 : 감염병 정보, 더 쉽게

외국어 투성이에 합성어도 생겨
감염 취약계층, 오히려 정보 소외
‘비말’은 ‘침방울’로 바꿔도 무방
‘트래블버블’, ‘여행안전권역’으로

“코로나19에 한 번도 걸리지 않은 네버 코비드를 중심으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2년 8개월간 지속되면서 팬데믹, 에피데믹, 엔데믹과 같은 어려운 용어뿐만 아니라 이해하기 어려운 합성어가 일상에서 쓰이고 있다. 한 번쯤 들어 봤지만 정확한 뜻을 모르는 용어가 태반이다. 이런 용어를 쓰면 백신 접종과 먹는 치료제 처방 정보를 누구보다도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야 할 감염 취약계층인 고령층이 되레 정보에서 소외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코로나19 정보는 수요자보다 공급자 중심으로 전달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팬데믹, 에피데믹, 엔데믹이다. 팬데믹은 대유행, 에피데믹은 국지적 유행, 엔데믹은 풍토병으로 고쳐 부를 수 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등장한 ‘비말’도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 한자어다. 침방울로 바꿔 불러도 무방하지만, 비말 전파, 비말 차단, 비말 마스크 등 다양한 방식으로 꾸준히 쓰이고 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코호트 격리를 집단 격리로, 자가검사키트는 자가검사도구로, 의사환자는 의심환자, 드라이브스루 진료는 차량 이동형 진료, 부스터샷은 추가접종, 언택트는 비대면으로 바꿔 부를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최근에는 네버 코비드와 롱 코비드라는 합성어도 생겼다. 네버 코비드는 코로나19에 한 번도 걸리지 않은 사람을, 롱 코비드는 코로나19 후유증을 이르는 말이다. 문체부는 네버 코비드를 대체할 우리말로 코로나 비감염을 선정했다.

코로나19의 코로나와 우울하다는 뜻의 블루를 합성한 코로나 블루,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분노가 폭발하는 코로나 레드, 코로나19로 자포자기에 빠져드는 상태인 코로나 블랙이라는 말도 많이 쓰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생긴 다양한 정신적·사회적 문제를 직관적으로 명명하다 보니 이런 신조어가 생겨난 것이다. 각각 코로나 우울, 코로나 분노, 코로나 좌절 등으로 바꿔 부를 수 있다. 일상 회복이 시작된 이후에는 ‘엔데믹 블루’라는 말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생활로 다시 돌아가면서 우울, 무기력감 등을 느끼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일상회복 불안’으로 바꿀 수 있다.

셧다운·트래블버블도 언론 보도에 자주 나오는 단어지만 뜻은 여전히 아리송하다. 트래블버블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나라 간에 협약을 맺고 상대국을 더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여행안전권역으로 부르면 된다. ‘엔(n)차 감염’이란 용어도 연쇄 감염으로 바꿔 부르면 쉬운데, 그간 별다른 개선 노력 없이 마구 쓰인다.

‘트윈 데믹’은 두 가지 이상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것으로, 독감과 코로나19가 유행하는 가을·겨울철에 더 자주 보게 될 단어다. 이 용어는 의미 그대로 감염병 동시유행으로 바꿔 부르면 된다. ‘위드 코로나’ 역시 ‘일상 회복’으로 불러도 충분하다.
이현정 기자
2022-09-0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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