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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생]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함께 내딛는 걸음…“모두의 일상이자 책임”

[취중생]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함께 내딛는 걸음…“모두의 일상이자 책임”

박상연 기자
박상연 기자
입력 2022-09-24 09:29
업데이트 2022-09-2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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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열리는 9.24 기후정의행진
기후위기 시대에 사는 우리의 역할
“기후불평등 직시하고 바로잡아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사진은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18일 탄소중립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서울 용산구 노들섬 다목적홀 건너편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 전면 재수립 등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는 모습. 2021.10.18 연합뉴스
사진은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18일 탄소중립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서울 용산구 노들섬 다목적홀 건너편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 전면 재수립 등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는 모습. 2021.10.18 연합뉴스
대홍수가 발생해 서울과 경기, 강원 지역 등이 잠기고 7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파키스탄에서 일어났습니다. 지난 8월 파키스탄에서는 폭염 후 찾아온 대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잠겼습니다. 이재민도 3300만여명에 달했습니다.

피해 규모가 다를 뿐 우리나라도 이번 여름 집중호우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지난 8월 초 이례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가 컸던 중부 지역 그리고 추석 연휴 전 초강력 태풍 ‘힌남노’의 상륙으로 수해를 겪은 포항·경주 등 경남 지역은 여전히 복구가 진행 중입니다. 한반도 안에서도 폭우와 폭염이 공존하는 등 지역간 극단적인 날씨는 기상 이변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방증일 겁니다. 말 그대로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는거죠.

‘기후정의’를 위해 모인 발걸음…“기후위기는 불평등의 문제”
180여개 시민단체가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에 참여해 기획한 9.24 기후정의행진 포스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2019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행진이 진행될 예정으로, 400여개 시민단체와 2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9월 기후정의행동 제공
180여개 시민단체가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에 참여해 기획한 9.24 기후정의행진 포스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2019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행진이 진행될 예정으로, 400여개 시민단체와 2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9월 기후정의행동 제공
누군가는 폭우와 가뭄으로 생을 마감하고 일자리를 잃습니다. 이상 기후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역량도 천차만별입니다. 자연재해가 재난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후위기를 제대로 직시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24일 오후 3시부터 서울시청 광장 일대에서는 ‘기후정의행진’ 집회가 열립니다.

400여개 시민단체와 2만여명의 시민들이 한데 모일 예정입니다. 집회가 끝난 4시부터는 시청역에서 광화문 광장, 안국역을 거쳐 숭례문 쪽으로 행진합니다.

이번 대규모 행진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2019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겁니다. 지난 6월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가 꾸려지고 180여개 시민단체가 위원회에 참여해 이번 기후정의행진을 기획했습니다.

시민들이 바라는 건 기후위기 시대에도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하게 사는 삶입니다. 기후재난으로 인한 불평등 해결과 기후위기를 방관하거나 가속화하는 사회구조 체제의 변환을 촉구하는 것이 핵심이죠.

한재각 ‘9월 기후정의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기후위기가 불평등의 문제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2019년에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짚었다면 올해는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주체들의 책임을 묻고 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숙인·난민 등 당사자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후정의
필사의 탈출 흔적
필사의 탈출 흔적 11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산본1동 한 반지하 주택에 지난 집중 호우 때 침수로 방범창을 부수고 탈출한 흔적이 남아 있다. 2022.8.11 연합뉴스
9월 기후정의행동이 주목하는 것은 기후위기로 인해 큰 피해를 경험한 이들의 시선과 목소리입니다. 이날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는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반지하나 쪽방에 거주하는 분들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견뎌 내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온도가 0.1도씩만 올라도 급변점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주거취약 계층에게는 새삼스럽지 않은 일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활동가는 “주거취약 당사자와 연대 활동가 30여명이 사전행사와 행진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지난 8월 반지하와 같은 취약 거쳐를 중심으로 폭우 피해가 극대화한 만큼 기후위기 시대에 안전한 주거권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행진에 참여하는 이집트 난민들과 노동자연대는 오는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인 ‘COP27’을 반대하며 실효성 높은 기후위기 해결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최영준 노동자연대 연대협력국장은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COP26 회의에서 한 약속도 거의 지켜지지 않았고 각국 정상회의만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기후변화 당장 막을 수 없어도… 불평등 구조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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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앞 ‘아기 기후 소송’ 퍼포먼스
헌재 앞 ‘아기 기후 소송’ 퍼포먼스 가톨릭기후행동, 녹색당 등 시민단체 회원 및 어린이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지구를 지켜라, 아기 기후 소송’에서 지구 환경 지키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뱃속 태아를 포함해 5세 이하의 아기 등 62명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기본법 시행령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2018년 대비 40%로 규정한 것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게 소송의 골자다.
뉴스 1
기후정의행동은 화석연료 중심의 대규모 생산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기후위기를 야기하며 막대한 부를 쌓는 일부 최상위 계층과 기후재난의 피해가 고스란히 쏠리는 빈곤층의 불평등한 구조를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기후재난의 고통과 무게가 일부 시민들에게 더 가중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라는 명제에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 행진에서는 기후위기라는 낭떠러지에 서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것입니다. 기후변화를 야기한 우리 사회의 책임만큼 이에 대응하려는 노력 역시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닐까요. 당장 기후변화를 막을 수는 없어도 기후재난 당사자들과 함께 걸으며 목소리를 듣고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박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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