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백순심(42)씨가 책 ‘불편하지만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를 들고 웃고 있다. 본인 제공
책 ‘불편하지만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설렘)를 펴낸 작가 백순심(사진·42)씨는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20년 차 직장인이자 초등학생 쌍둥이를 키우는 백씨는 지체장애 5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2020년부터 네이버 카페 ‘엄마의 꿈방‘에 장애인 엄마로서의 삶과 직접 겪은 차별을 이야기로 풀어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만 보기 아깝다’는 성원에 직접 책까지 펴냈다. 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나의 첫 책 프로젝트’에도 선정돼 도서 보급 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백씨는 “아이들이 크면서 요즈음 엄마가 장애인인 것에 대해 묻곤 하는데 거기에 대해 항상 ‘불편하지만 불행하진 않다’고 답한다”며 “이 책이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해하는 통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백씨는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 장애를 앓았다. 손이 약간 떨리고 말이 어눌한 정도지만 그 조그만 ‘차이’도 사회에선 큰 ‘차별’이 됐다. 그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는데도 결국 장애인은 취업 시장에서 받아 주지 않더라”며 “원래 집이 부산인데 도저히 취업이 안 돼 결국 강원도까지 왔다”고 했다.
장애인이라는 점은 일할 때도, 결혼할 때도 걸림돌이 됐다. 백씨는 “결혼을 앞두고 남편 동료들이 남편에게 ‘결혼을 다시 생각해 보라’는 말까지 했다”며 “이런 갑갑함이 쌓여 항상 내 얘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숱한 아픔과 차별이 있었지만 그 경험은 모두 책을 쓰는 데는 좋은 거름이 됐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장애인 차별을 개인적 고민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이는 시각 역시 한층 단단해졌다.
백씨는 “시설 식구들과 지하철 탑승 활동 체험을 하러 간 적이 있는데 그때 한 시민이 ‘아침부터 장애인을 봐서 재수 없다’고 하더라”며 “단순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데 왜 그런 차별을 받아야 하나. 이건 사회구조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타자 속도가 느린 그는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이야기를 치는 데도 1시간이 걸린다. 남들은 10분이면 끝내고도 남을 양이다. 어쩌면 고되고 힘든 작업인데도 그가 계속하는 이유는 결국 장애인으로서 이 세상에 할 말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선 장애인이 무조건 못한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같은 일을 해도 속도가 느리면 숙달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죠. 하지만 비장애인 기준에 모든 걸 맞추지 말고, 개개인의 기준에 맞춰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장애인도 더 많은 기회를 얻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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